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과 관련해 기존 이주단지 신축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이주 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부터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이주 계획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설문 조사에는 이주 희망 지역, 희망 주택 유형·평형,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 여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후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주계획을 신도시별 정비 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기본계획 초안은 8월 중 공개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노후계획도시재정비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최대한 빨리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4년 11월 첫 선도지구 지정,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사업시행계획 수립,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였다. 이 경우 올 연말 선도지구 최대 3만9000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10년간 매해 2만~3만 가구의 이주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 최소 1곳씩 '이주단지'를 세워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이주대책 관련 설문 조사 실시 방침은 기존의 대규모 이주단지 신설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1기 신도시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각종 인허가 상황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에 용도가 정해져 있는 땅을 용도 변경을 하거나 공공에서 새로운 소규모 개발 사업도 추가로 해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해도 어려우면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면서 “과천, 안양 같은 지역에서 (이주 시기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이주대책을 수립해 전셋값 급등 없이 재건축을 완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2027∼2030년 1기 신도시 생활권별 입주 물량을 조사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스케줄과 입주 물량을 맞춰보고 '미스매치'가 난다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주단지에 대한 주민 거부감이 크다면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 주택을 지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에 물량이 나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당을 중심으로 임대주택형 이주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지 6개월도 안 돼 이주단지 조성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주단지'라는 용어도 쓰지 않기로 했다.
당초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등으로 인근 주택 공급 물량이 많은 일산, 중동은 이주단지 조성이 불필요한 반면 분당과 평촌, 산본의 경우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선도지구 지정 물량과 이주단지 공급 물량을 함께 발표하려 했으나 주민 선호부터 다시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초 너무 빠듯한 일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이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 입주 시기와 맞물린 광역 대책 수립, 근거리 이주를 원하는 초·중·고등학생 자녀 가구에 대한 저리 이주자금 대출, 인근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