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대 수출시장인 중남미 지역에 국내 유망 중소벤처기업 진출과 민간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과 중남미의 정부가 직접 나섰다.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와 외교부가 공동주최한 '한-중남미 미래협력 포럼'이 화제의 자리로, 외교부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단독으로 진행해온 중남미 관련 최대 고위급 행사이기도 하다.
올해 행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외교부뿐 아니라 중기부가 처음으로 공동 주최자로 참여한 것이다.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과 중남미 간 분야별 실질 협력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중남미, 누구보다 좋은 경협 파트너 될 수 있어"
이날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한국과 중남미 간 협력 증진을 위해 국가 주도의 협력관계를 넘어 다양한 차원의 민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자원과 공산품, 제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왔던 경제협력 분야를 첨단산업과 디지털, 스타트업 육성 등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확장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오 장관은 “풍부한 자원과 두터운 젊은 인구를 가진 중남미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디지털 역량을 가진 한국은 누구보다 좋은 경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양한 차원의 민간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기부가 양국 기업 간 네트워킹과 기술교류의 계기를 지속적으로 마련하는 동시에 한-중남미 스타트업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투자와 기술지원 방안을 적극 모색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행사에 참석한 하비에르 곤잘레스 올라에체아 페루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사례는 페루뿐만 아니라 중남미 국가들이 배울 점이 많다"며 “우리 중남미에는 기회가 많은 만큼 함께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양국 고위인사 및 학계 전문가들의 양국 경제협력 증진을 위한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중남미 무역 규모, 20년 새 4.7배 증가…“협력 분야 확대해야"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가르시아 온두라스 외교부 장관은 “멕시코와 브라질, 칠레, 페루, 아르헨티나 등이 한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한국은 특히 에너지와 관련한 연구를 많이 해왔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온두라스에 매우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미-중 갈등이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장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며 “신재생에너지나 그린에너지, 디지털 네트워킹 분야에서는 정치적 제한 없이 양국 간 관계 증진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이승호 전북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도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누구도 쉽사리 부정하기 어려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양국 간 상호의존성을 강화시켜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중남미는 아시아·북미·유럽에 이은 한국의 4대 수출시장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중남미 국가와의 무역 규모는 총 593억달러(약 95조4122억원)로, 20년 전과 비교해 4.7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중남미에 자동차 부품이나 반도체 등 중간재를 수출하고, 원유나 정밀화학원료, 식물성물질 등 원자재를 주로 수입해 왔다. 대(對) 중남미 주요 수출품목으로는 자동차부품, 자동차, 철강판, 합성수지, 선박 품목이 전체 수출액의 약 44%를 차지했다. 주요 수입품은 원유, 정밀화학원료, 식물성물질, 동광, 동제품과 같은 원자재 등이 전체 수입액의 약 50%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