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주가 지난달부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 가운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종목에 투자심리가 쏠릴 것이라면서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300 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한달 간 8.73% 하락했다. 이 지수는 국내 증시에 상장된 섹터별 우량기업 300개로 구성돼 있다.
국내 대표 제약·바이오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 달 새 4.74% 떨어졌다. 특히 같은 기간 HLB와 HLB제약은 각각 38.67%, 33.82% 급락했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도 각각 9.87%, 4.92% 내렸다.
제약·바이오주는 지난해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에서 소외돼왔다. 제약·바이오주는 성장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금리가 인상되면 미래기업 가치 평가를 적게 받아 주가도 부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주 분위기는 반전됐다. 금리 인하와 신약 개발 임상 기대감, 수출 개선 등이 나타나면서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다만, 긍정적인 분위기는 길지 않았다. HLB '간약 신약'의 미국 허가가 불발되면서 제약‧바이오주의 변동성이 부각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HLB는 간암신약 '리보세라닙'을 개발,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으로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미국 식품의약품국(FDA)가 보완요구서한(CRL)을 보내면서 허가가 불발됐다.
증권가에서는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옥석가리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약개발과 실적, 기술 안전성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기에 짓눌려있던 제약‧바이오 종목이 회복세에 진입했지만, 종목별 변동성도 나타나고 있다"며 “신약개발 기술이 앞서있고, 자금조달과 기술 성장성이 부각되는 종목으로 수급이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노후화 극복 전략과 추가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종목은 추세적 조정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주는 위험자산 선호와 학회 이슈 등으로 작은 호재에도 민감하게 반영된다"며 “신약 파이프라인이 노후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날 해결책을 내놓아야 주가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국내 제약·바이오주 33개의 올해 영업이익 총 컨센선스(추정치)는 현재 기준 3조8550억원이다. 1개월 전 집계한 전망치 합계보다 1% 상승했다.
장민환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최근 조정을 받은 가운데 실적 개선세가 예상되는 종목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높아진 셈"이라면서 “하반기는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 중 글로벌 성과가 돋보이는 곳부터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