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내년에 바로 시행하는 것은 어렵다며 원점에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증권사 CEO들은 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이 원장에게 금투세와 관련한 증권업계의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원장과 서유석 금투협회장 등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한화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 국내 증권사 14개사와 제이피모건·UBS 등 외국계 증권사 2개사 CEO들이 참석했다.
증권사 CEO들은 “금투세와 관련해 투자자·자본시장·증권업계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세부적인 징수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시스템 보완이 사실상 곤란하기 때문에 보완 이후 시행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금투세 도입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금투세 도입이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반발을 야기하고 있고 전산 개발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금투세의 원천징수 방식에 대해서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천징수 방식은 과세 부담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연말 손익 통산에 따른 확정신고 절차 불편 등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현행 해외주식 양도소득세 같이 다음 해 5월에 신고 납부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한 후 시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세금 관련 편의성 측면에서 대형 증권사로의 쏠림 현상 발생에 따른 고객 이탈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밸류업과 관련해서도 증권업계의 의견을 전달했다. 증권사 CEO들은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에 참여할 계획을 밝히면서도 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상속세, 법인세, 배당세) 등 보다 적극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증권사들은 최근 발표된 사업장 사업성평가에 따라 사후관리를 차질없이 준비하는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에 힘쓸 것을 약속했다. 이외에도 ISA 계좌 활성화를 위한 장기보유 실효세율 감면, 공제범위 확대 등 정부차원의 세제 혜택 강화 건의도 나왔다.
이에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제시된 의견 및 건의사항에 대해 향후 감독업무에 적극 반영하겠다"면서도 “한국판 엔비디아 발굴을 위해서는 부동산 PF 등 손쉬운 수익원을 찾았던 증권업계의 영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기업지배구조 개선, 상속세 완화, 자본시장 세제 합리화 등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들이 종합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선진화를 위해 사회적 총의를 모아 해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