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출시가 '만능 호재'는 아니었다. 올 상반기에도 증시에 상장된 게임사들이 신작을 냈지만, 주가 수준이 '레벨 업'하는 현상은 관측되지 않았다. 단순 출시를 넘어 좋은 평가를 받고 흥행에 성공해야 게임사의 매출에 실질적으로 기여되기 때문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넥슨게임즈 주가는 최근 일주일간 11.22% 하락한 1만8200원에 위치하고 있다. 이달 2일 콘솔게임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를 출시한 후 8일까지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5거래일여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게임주 시총 2위 넷마블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4월 24일 신작 '아스달 연대기'를 출시했는데도 당시 주가는 내림세를 보였다. 이후 5월 29일 '레이븐 2'를 출시하고 나서도 주가가 한 달 동안 20% 가까이 빠졌다.
신작 출시 후 매출 성장 기대감에 올라야 할 주가가 정작 약세를 띠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어떨 때는 출시 직전까지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도 있지만, 정작 출시 이후 냉랭한 반응이 투심에 찬물을 끼얹는 모습이다. 흥행 가능성이 줄어들 수록 예상 매출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로 넥슨게임즈의 신작 '퍼스트 디센던트'의 경우 발매 첫날 플랫폼 '스팀'의 매출 순위 1위, 동시 접속자 수 최대 26만명을 기록해 흥행 기대감을 모았다. 하지만 직후 유저 수가 급격히 줄어 출시 열흘 만에 반토막이 났다.
평가도 좋지 않다. 현재 기준 글로벌 게임 평점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각 게임 전문지가 평가한 점수의 평균치는 100점 만점에 57점이다. 유저 평점도 10점 만점에 4.8점에 불과하다. 무료 온라인 게임이라 꾸준한 이용자 수 유지에 기대는 수익 구조상 손익 분기점 돌파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넷마블의 신작 모바일 게임인 '아스달 연대기', '레이븐 2'도 과금구조·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두 게임 모두 출시한 지 세 달도 되지 않았지만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상위권에서 밀려난 상태다.
반대 경우도 있다. 넷마블은 5월 8일 또 다른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출시 직후에도 주가가 이틀 동안 15%가량 상승했다. 이후에도 큰 폭의 하락 없이 '레이븐 2' 출시까지 비슷한 주가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나 혼자만 레벨업'은 높은 원작 재현도와 합리적 과금 구조 등에 힘입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에 게임주들의 주가는 단순히 신작 출시가 아닌, 해당 신작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중장기적 향방이 결정되는 '옥석 가리기'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에는 △게임주 시총 1위 크래프톤의 '다크앤다커 모바일'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키우기', '킹 아서: 레전드 라이즈' 등 4종 △엔씨소프트의 '호연' 등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북미향·비모바일 게임 실적이 견조하며 내수·모바일에 집중될수록 부진하다"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서구권 성과가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