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ChatGPT
최근 기업들이 연이어 주주들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면서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정책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기적으로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확인한 뒤 개편에 나서는 모양새다.
시장은 당초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기대했으나, 실제 발표된 정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산, 밥캣 에너빌리티 주주들은 날벼락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각 기업의 발표를 확인한 결과 최근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먼저 두산그룹은 매년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두산밥캣을 상장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두산밥캣의 모회사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인적분할해 두개로 쪼갠 뒤 그 중 한개를 두산밥캣과 합병한다.
이후 이 회사를 두산로보틱스의 지화사로 만들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밥캣의 지분을 포괄적 교환을 통해 모두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수익성 높은 자회사를 비상장화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두산밥캣 주식 100주를 가진 주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63주를 받는다. 문제는 두산밥캣은 저평가, 두산로보틱스는 고평가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주당순자산가치(PBR)는 두산밥캣이 0.49배, 두산로보틱스는 11.38배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 입장에서도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 넘겨주는게 달갑지 않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은 100주 당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단 1주 받는다.
◇(주)한화-한화에너지 공개매수는 승계작업 지적도
이어 한화그룹이 추진 중인 한화에너지의 공개매수도 주주들의 우려가 높은 사안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5일 한화에너지가 (주)한화의 주식 8%를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3만원으로, 공시 전일 종가 대비 8% 할증된 수준이다.
3만원의 공개매수가는 PBR 0.28배 수준이다. 이에 낮은 밸류에이션에 지배주주가 일반주주 주식을 매입 편취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수 수량도 전체 상장주식의 8%에 불과해 일반 주주들에게 불리한 조건이라 게 주주들의 불만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결국 개인 회사를 이용한 승계 작업"이라며 “공정성이 결여된 공개매수"라는 논평도 발표했다.
◇SK, 이노베이션-E&S 합병 논의…주주들 불안
SK그룹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도 주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논의 중이다. 이 합병이 성사될 경우 매출 규모 90조원, 자산 총액 106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하지만 SK E&S가 비상장사인 만큼 합병비율 산정 방식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조9000억원, SK E&S의 영업이익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자산규모 차이에 비해 수익성 차이가 크지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상장사로 주식시장에서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평가되는 반면, SK E&S는 비상장사로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반으로 평가된다. 평가 방식의 차이로 SK E&S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재 SK이노베이션의 PBR은 약 0.5배로,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다. 이는 합병 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내용이다.
◇“기업들 행보가 곧 밸류업 정책 실패 확인"
일련의 작업들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정책을 확인한 뒤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실망이 더 크다. 당초 시장이 기대했던 밸류업 정책의 주요 내용은 배당소득 증대세액공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권 방어 목적의 자사주 취득 허용 등이었다.
그러나 실제 발표된 정책은 주주환원 증가금액의 5%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에 그쳤다.
정책 당국은 밸류업 정책의 효과가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 등이 밸류업 정책이 기업 가치 제고와 주주 환원 증대에 기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지만, 시장에서는 이러한 자화자찬식 평가에 대해 실망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들이 밸류업 정책을 확인한 뒤 주주가치와 반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다듬고 있다"며 “정책이 당초 의도처럼 기업들의 행태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