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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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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 라임 사태에서 회생까지 ‘파란만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7.25 11:21

무자본 M&A 이후 상폐 위기…3년 만에 거래

세코그룹 인수로 새 전기…2023년 흑자 전환

브랜드 리뉴얼로 성장 모색…“주가 회복이 숙제”

좋은사람들 CI

▲좋은사람들 CI

라임사태에 연루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던 코스닥 상장법인 좋은사람들이 거래재개에 성공했다.


한국거래소는 25일부터 좋은사람들의 거래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 2021년 3월 거래가 정지된 뒤 3년 만이다.


◇속옷 회사에서 라임 사태 연루까지


좋은사람들은 1993년 개그맨 주병진 씨가 설립한 회사로, “속옷도 패션"이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국내 속옷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곳이다.


지난 1997년에 코스닥 상장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매년 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16년 위기가 닥친다. 개성공단 폐쇄로 주요 생산기지를 잃은 것이다.


좋은사람들은 2007년 기준 개성공단에 7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집행한 상황이었다. 폐쇄 이후 경협보상금과 피해지원금 등으로 어느정도 투자액을 회수했지만, 10년 가까이 운영한 공장의 실제 가치와 폐쇄로 인한 영업 손실 등은 보상이 어려웠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던 좋은사람들은 2018년에 또 위기를 맞는다.


당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장남인 이종현 전 대표가 무자본 M&A로 좋은사람들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이 동원되었다. 라임자산운용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1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불법 운용한 대형 금융 사기 사건의 주체다. 이 전 대표는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을 이용해 경영권을 확보한 후,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횡령하는 등의 비리 행위를 저질렀다.


이 전 대표는 2020년 3월 유상증자를 통해 348억원을 조달한 후, 마스크, 손소독제 업체, 화장품업체 등 다양한 비관련 사업에 투자했으며, 상당한 액수의 자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2022년 검찰은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고 잠적했다. 이후 3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던 중 같은 해 6월 경찰에 붙잡혀 구속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좋은사람들의 재무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결국 2021년 3월 감사의견 거절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세코그룹 인수로 새로운 도약


이후 좋은사람들은 2022년 10월 세코그룹 산하 우리파인우드 컨소시엄의 인수로 새 전기를 맞는다. 세코그룹은 360억원을 투자해 지분 51.57%를 확보하고 경영 정상화에 착수했다.


세코그룹의 핵심 사업은 자동차 부품 제조다. 그룹의 주력 기업인 서진오토모티브를 비롯해 여러 계열사들이 자동차 부품 산업에 특화되어 있다. 이에 좋은사람들도 껍데기만 남긴 채 주력 사업을 바꾸리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세코그룹은 좋은사람들의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지난 2022년 12월 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았고, 이후 실적 개선에 주력했다.


그 결과 2023년에는 매출 826억원(전년 대비 3% 상승), 영업이익 13억원, 당기순이익 28억원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브랜드의 리브랜딩과 신규 브랜드 론칭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보디가드', '제임스딘', '예스', '섹시쿠키' 등 기존 브랜드의 리브랜딩과 함께 일본 라이프스타일 웨어 브랜드 '츄츄안나(TUTUANNA)'를 론칭하고, 신규 브랜드를 추가로 출시한 것이다.


또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도 힘썼다.


이어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유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후 실사와 심사를 거쳐 지난 24일 최종적으로 상장 유지가 결정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라임 사태와 연루되어 위기를 겪은 후 회생에 성공한 드문 사례"라며 “이제 주가 회복을 위해 앞으로의 경영 행보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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