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TV 토론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 일침을 가했다.
자신과의 대면을 피한 채 미디어를 통해 각종 구설과 논란을 낳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J.D 밴스 상원의원 태도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해리스 부통령은 남부 경합주인 조지아를 찾아 애틀랜타 조지아주립대 컨보케이션 센터에서 유세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이민자 유입을 줄이는 국경통제 강화법안을 무산시켰다며 국경 문제 역공에 나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연초 의회가 안보 패키지 법안을 처리하던 당시 공화당 반대로 국경 강화 법안이 빠진 것을 거론하며 “트럼프는 초당적인 협상을 무산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과될 준비가 다 됐으나 마지막에 트럼프는 상원 측근들에게 반대투표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게 하는 것이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상원 여야 지도부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에 대한 안보 지원 패키지 예산 법안에 국경 강화 예산법안도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 반대 등으로 국경 관련 내용은 절차 투표 과정에서 부결되면서 최종적으로 빠졌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에 “트럼프는 국경 안보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그가 신경 쓰는 건 오직 자신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트럼프가 죽인 국경안보법을 되살려서 법으로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에게 진짜 리더십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것"이라며 당찬 포부도 밝혔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내세운 '국경 문제' 프레임에 대한 역공 성격을 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문제를 책임지는 '차르'라고 칭하며 대규모 불법 입국으로 인한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월 TV 토론에 '할 수도 있지만 안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유세를 중계하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면서 “도널드, 나는 당신이 토론 무대에서 나를 만나기 위해 (토론 문제를) 재고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말하듯이 '할 말이 있으면 내 얼굴을 보고 하라'"고 도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입장을 번복한 이유에는 “이번 대선에서의 모멘텀이 바뀌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것을 느끼고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 러닝메이트인 밴스 의원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는 토론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와 그의 러닝메이트는 분명히 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것(stuff) 중 일부는 진짜 이상(plain weird)하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밴스 의원은 재혼 가정인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한 막말 논란으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상황이다.
그는 2020년 11월 한 보수 팟캐스트에 나와 “무자녀 때문에 사람들이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 성향을 더 갖게 되고 궁극적으로 나라 전체가 정신적으로 조금씩 더 불안정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SNS에서는 “저출산 때문에 많은 사회 지도층이 소시오패스가 됐다"고 주장했다.
밴스 의원은 2021년에도 해리스 부통령 등 민주당 인사를 '무자녀 캣 레이디'(childless cat ladies)로 불러 논란에 휘말렸다.
캣 레이디는 고양이를 아끼는 여성을 일컫지만 때로 가족 없이 혼자 반사회적 은둔생활을 한다는 비하, 개탄 의미로도 쓰인다.
밴스 의원은 같은 해 정치자금 모집을 위한 이메일에서도 “이 나라의 급진적 무자녀 지도자들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당신과 같은 애국자들에게 직접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무자녀 소시오패스들의 지배를 받게 됐는데 이 자들은 자녀에 투자하지 않았기에 이 나라에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