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최대 경영위기에 처한 모회사 큐텐그룹이 인수했던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를 매각하는 '결자해지' 수순을 밟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 이커머스기업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업자 대금 미정산에 따른 피해액이 큰데다 큐텐의 피해구제 동원 자금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마저 보유자산 처분에 대한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으로 큐텐의 자구 노력 운신의 폭이 제한되자 큐텐 그룹과 계열사들이 생존 전략 차원에서 매각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는 시장의 신뢰를 잃은 큐텐 계열 이머커스기업의 매각 움직임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검찰까지 1일 티몬·위메프·큐텐 코리아 등 사무실 7곳, 구영배 대표 등 경영진 자택 3곳 등을 동시다발적 압수수색에 들어가면서 큐텐 계열 이커머스기업의 사법 리스크까지 가세해 더더욱 매각 시나리오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위메프는 중국 전자 상거래 플랫폼 대상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큐텐의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위메프는 티몬, 큐텐과는 별개로 알리와 테무 등에 기업 매각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분 인수 금액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영배 큐텐 대표도 일부 매체에 보낸 개별 메시지를 통해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본인의 네트워크를 통해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확인하고, 본인도 “큐텐 레벨에서 론(loan·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매각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큐텐의 또다른 계열사 인터파크커머스도 독자 경영을 위한 매각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구영배 대표를 포함해 큐텐 이사회 동의를 거친 사안으로, 최근 회사는 인수희망처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계열사가 자구책으로 매각 작업에 착수했으나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가 악화된 데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계열사를 품에 안을 새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위메프가 매각 제안 대상으로 고려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위메프 매각설이 확산되면서 인수 의사가 없음을 못 박았다.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위메프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며 “관련 기업과 접촉한 사실도 없음을 공식적으로 확인드린다"고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이같은 매각 움직임과 별개로 티메프 사태 관련 계열사를 대상으로 검찰 조사도 본격화되면서 정부 차원의 제재 움직임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티메프 정산 지연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오전 티몬·위메프·큐텐 코리아 등 사무실 7곳, 구영배 대표 등 경영진 자택 3곳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나섰다. 앞서 전담수사팀을 꾸린 지 사흘 만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구영배 대표의 400억원대 횡령 배임, 1조원대 사기 혐의 등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메프는 자금 경색으로 판매대금을 제때 지급하기 어려운 점을 알면서도 입점업체와 계약을 유지하고, 물품을 판매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티메프 사태의 책임 규명 움직임과는 별개로 정부의 판매자 및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한 추가 지원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최상묵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티메프 사태) 소비자와 판매자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이미 발표한 5600억원+α 규모 지원 대책을 신속히 집행하고, 필요 시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소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자상거래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의 적정성을 검토해 조속히 제도적 보완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정부의 추가 유동성 지원 표명은 당초 정부가 추산한 티메프의 판매자 미정산 대금 약 2100억원 규모에 더해 향후 도래할 정산기일 거래분까지 포함하면 티메프 피해 규모액이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