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을 2일 국회를 통과시킨 가운데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국면에 들어갔다.
이날 야당은 전날 오후 시작된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이날 강제 종결한 뒤 표결에 부쳐 가결했다.
재석 187명 중 186명이 찬성했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 1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표결에 불참했다.
이번 법안은 전 국민에게 25만에서 35만원 사이 민생 회복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지원금 지급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한 것이 법안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준비하는 정부는 곧장 반발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 관련 입장' 합동브리핑을 열고 “수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 장관은 “(대통령에) '재의 요구'를 건의할 것"이라며 “정부는 그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법률안은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국회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기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등 삼권분립의 본질을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특히 지난달 초 윤 대통령이 감정적 어조를 쓰면서까지 강조했던 '나라 곳간'(재정 건정성) 문제를 재차 꺼내 들었다.
이 장관은 “대규모 현금성 지원은 막대한 나라 빚이 돼 미래 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절감한 재원은 약자복지와 민생경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세심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날 해당 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대통령실은 그동안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은 타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어려운 계층을 목표로 지원하는 것인데 법안은 보편적인 지원으로서 잘 맞지 않는다.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도 지난달 3일 경제 관련 로드맵 발표 회의에서 “왜 25만원만 주는가. 한 10억원씩, 100억원씩 줘도 되는 것 아니냐"라고 지원안을 비꼰 바 있다.
다만 정부는 최근 세수 전망을 낙관하며 기업 오너가 먼저 살아야 서민도 살아난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윤 대통령 발언 3주 뒤인 지난달 25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 정책효과가 나타나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날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CBS 라디오 방송에서 상속세 최고세액 감세에 “(대상이) 초부자, 초자산가들이 대부분이라는 전제에서 (상속세가) 높을수록 좋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번에 더 중점을 뒀던 것은 결국은 기업 승계 부분"이라며 “결국 기업이 원활하게 유지가 돼야 고용이 되고 투자가 되고 또 다시 복지로 선순환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상속세 인하에 대해선 여당 유승민 전 의원도 “지배대주주가 전횡을 일삼고 사익을 편취하는 재벌 대기업들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허리 띠를 졸라매면서도 어려운 서민 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이날 주장과 초부자 감세를 인정하며 재정을 낙관적으로 평가한 최근 주장이 상충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만원 문제를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와 연결 짓는 등 정부·여당과 차별화된 프레임을 세워 눈길을 끌었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단독 처리에 “이번 사태의 본질은 '반(反) 약자·반(反) 복지'"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면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약자가 지게 된다며 “서민을 위한다며 뿌린 돈이 서민의 삶을 파탄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말하는 '먹사니즘'은 강자와 부자를 위한 이데올로기인가"라고 물었다.
오 시장은 복지 정책 소신을 밝히면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제안을 던졌다.
그는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뿌릴 돈이면 차라리 '티메프 사태'로 피해를 본 영세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도울 방안을 모색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차제에 여야가 약자를 위한 '핀셋 복지'에 대한 논의에도 착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민주당에 사회적 취약계층을 돕는 서울시 정책인 '약자 동행' 동참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