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17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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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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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소상공인엔 ‘희망 고문’?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04 21:03

야당 주도 민생회복지원금 특별법 국회 통과했지만

여당·대통령 거부권행사 입장…재의결 가능성 낮아

소공연 “법안 긍정적” 평가 불구 지지입장 표명 못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야당 단독 처리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민에게 25만~3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정작 법안의 수혜자인 소상공인 업계가 대놓고 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데다 국회에서 재의결 절차를 밟더라도 여당의 반대에 밀려 통과될 가능성이 적어 25만원 지원으로 내수 진작을 내심 기대해 온 소상공인에게 '희망고문'에 그칠 공산이 커졌다.


본회의 통과하면 뭐하나…여야 정쟁에 못 웃는 소상공인

4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민에게 25~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트(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24시간 41분 만에 강제 종결하고 민생회복지원금법을 상정, 재석 187명 중 186명 찬성, 반대 1표로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전국민의 소비를 진작시켜 골목상권을 살리고, 이를 통한 내수 진작을 꾀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정작 법안의 수혜자인 소상공인들은 국회 본회의 통과만으로 웃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서 재의결을 해야하고, 재의결 시 의석 수 100석 이상을 보유한 여당이 반대할 경우 아예 법안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는 이러한 여야 정쟁 구도를 의식한 듯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진 않았다.




다만, 소공연 관계자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안 나와서 자영업자 폐업률이 100만에 이르는 상황"이라며 “해당 법안이 소상공인의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의 공제율이나 사용처 지정 등에 있어 소상공인 중심으로 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또한 단편적인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소상공인을 살리는 해법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소공연 회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은 “우리는 코로나19 당시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이 손실 보상을 받고,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됐던 경험이 있다"면서 “지역사랑상품권을 풀면 온 가족이 집 근처 식당에 가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전통시장에서 장도 볼 수 있다. 정말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공포되더라도 지원금 연내 지급 '미지수'

정부는 이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안 통과 당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법률안이 발의된 후 민생회복지원금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물가나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쳐 민생의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음을 설명드렸다"며 “법률안이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요구를 건의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통령실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사실상 법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재의결 시 재적의원의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100명 이상이 반대하면 법안이 폐기되는데,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 의석 수는 108석이다. 이탈표가 없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공포 된다 하더라도 법 시행은 공포 후 3개월 이후다. 이때문에 사실상 연내 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더라도 처리까지는 시일이 소요되고, 또 용산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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