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 확산에 외국인 이탈이 거세게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호가 효력정지)와 서킷브레이커(주식 매매일시정지 제도)가 발동됐고, 코스피 전체 종목 중 98%가 하락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외국인 수급 압박이 압도적으로 큰 만큼 당분간 증시 변동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하락한 2441.55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했지만 이후 급락하며 장중 한 때 10.8%가 급락, 지수는 2387.13까지 떨어져 2400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스닥도 전 거래일 대비 88.05포인트(11.30%) 하락한 691.28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20년 코로나19로 발생한 팬데믹 폭락 이후 초유의 사태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이날 매도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 1단계가 발동됐다. 코스피에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23일 코로나19 팬데믹 충격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다. 코스닥의 매도 사이드카는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2020년 3월 13일과 19일 뿐이다.
매도 사이드카 발동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종가보다 18.65포인트(5.08%) 하락한 348.05였다. 코스닥150선물은 6% 하락하고 코스닥 150 지수도 6.23% 하락했다. 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코스피), 6%(코스닥)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될 때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의 선물 및 현물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다.
오후 1시56분에는 코스닥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20분간 매매 거래가 중단됐다. 이후 오후 2시 14분 경 코스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 발동으로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6.97포인트(8.10%) 급락한 2459.22에서 거래를 멈추기도 했다.
발동된 서킷브레이커는 코스닥과 코스피에서 각각 오후 2시 16분, 오후 2시 34분을 기점으로 해제됐다. 서킷브레이커 해제 이후 거래가 재개되면 10분간 호가를 접수해 단일가로 매매가 체결되고 이후 정상적으로 체결이 이뤄졌다.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할 경우 발동된다.
한국거래소는 “미국 경제 지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대형 기술주 실적 부진과 엔캐리 자금 유출 우려가 겹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증시의 폭락은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 공포에 외국인 수급 압력이 커진 탓이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 1조5245억원, 2735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1조7001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피 전체 종목 중 98%가 하락 마감했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는 이날 10.30%나 급락했다. SK하이닉스(9.87%)와 LG에너지솔루션(4.17%), 삼성바이오로직스(2.31%), 현대차(8.20%), 셀트리온(5.73%), 기아(10.08%), KB금융(7.69%), 신한지주(6.5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도 나섰다. 이날 오전 기재부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불안 재확산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며 “정부·한은은 높은 경계심을 갖고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긴밀한 관계기관 공조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