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약·바이오업체 셀리드가 유상증자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최근 진행한 23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내년 2분기까지의 신약 개발 비용을 확보하는 데 성공해서다. 올해 셀리드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자금 조달도 실패할 것으로 보였지만, 최종 발행가액 확정 직전 주가가 크게 폭등하며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증권가에서는 호재에 비해 셀리드 주가에 과도한 수급 쏠림이 보인다며 우려를 표한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셀리드 주가는 전일 대비 5.39% 하락한 59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하락 마감했지만 7월까지만 해도 17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같은 달 23일부터 급등을 거듭해 6000원선 가까이 올라섰다. 23일부터 26일까지 4거래일 동안 매일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 외에도 셀리드는 최근 진행한 23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 구주주들로부터 195억원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셀리드는 이를 성공적인 유상증자로 보고 있다. 주가 급등으로 인해 최종 신주 발행가액(3090원)이 2차 발행가액(1462원)의 두 배가 됐지만 구주주의 85.63%나 청약에 응했기 때문이다. 발행가액이 뛰었어도 현 주가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이 구주주들의 투자심리를 이끈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셀리드는 유상증자를 두고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지난 5월 첫 유상증자를 공시했던 당시 목표 조달 금액은 175억원 규모였으나 시장에서는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을 점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작년 매출 0원을 기록한 셀리드는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제빵회사 '포베이커'를 인수하는 등 현금 지출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175억원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내년 2분기까지 투입될 코로나19 백신 개발 비용으로만 192억원으로 예상됐다.
이후에도 셀리드 주가는 점점 낮아져 2차 발행가액 공시 당시에는 조달 금액이 109억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주주들의 민심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높은 청약률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충분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셀리드에 다가온 호재는 바로 특허 등록 소식이었다. 현재 셀리드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플랫폼 기술이 미국과 러시아에서 특허 등록된 것으로, 셀리드의 기술력이 세계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유상증자 성공으로 인해 회사가 현재 진행 중인 신약 개발은 내년 2분기까지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와 같은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셀리드의 개인 주주들도 한시름 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셀리드의 현재 주가가 고평가 됐다는 우려 또한 나오는 상황이다. 알려진 호재에 비해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은 “지금 코로나가 재유행한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수요 증가는 불확실하다"며 “지금 특허 등록을 했다고 해서 해당 백신이 언제 상품화될지도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도 “특허 등록이 좋은 소식인 것은 맞지만, 권리를 실시하는 것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고 신약 개발의 수많은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시판되는 메이저 백신의 매출도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