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재가로 복권된 데 가운데, 당내 권력 구도 변화를 경계하는 더불어민주당이 화살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 수감 시기를 “억울한 옥고"라고 주장하며 대법원을 재차 비판했다.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복권을 환영한다. 드루킹 일당의 허위 진술과 오염된 증거로 억울한 옥고를 치러야 했던 것에 대한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정이 외면한 진실을 찾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법원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던 이재명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의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캠프 대변인을 통해 “대법원 확정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진실은 하나다. 김 지사의 진실을 국민과 함께 반드시 밝히겠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은 김 전 지사와 마찬가지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박근혜 정부 출신 인사들에도 화살을 돌렸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번 사면·복권 대상자에 국정농단, 적폐 세력이 다수 포함된 것엔 동의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 개탄할 일은 지난 2022년 사면에 이어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자들 이름 옆에 또다시 김 전 지사를 끼워 넣어 국정농단 적폐 세력 범죄 세탁에 물타기 꼼수를 벌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잘못됐지만,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한 판결은 옳다는 것이다.
다만 김 전 지사 본인은 페이스북에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저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복권에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했다.
이렇게 민주당이 김 전 지사보다도 앞장서 이 문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내 권력 구도에 줄 파급력이 주목받고 있다.
친문계인 김 전 지사가 이번 복권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게 되면서 비명계 구심점 역할을 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전당대회에서 이 전 대표 연임이 유력한 가운데 '일극체제'를 우려하는 비명계가 김 전 지사를 대항마로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지사 귀국 뒤에는 내년 지방선거, 혹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등까지 이어질 공산이 있다.
물론 이는 일단 올해 말까지는 당내 역학 구도에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는 전제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22년 12월 28일 사면받고 출소해 유학길에 오른 상태다.
그는 작년 5월 영국 런던으로 유학을 떠난 뒤 현재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초청으로 베를린에서 연구 활동 중이다.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드루킹' 김동원 씨 일당과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2016년 11월부터 댓글 여론을 조작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