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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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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포비아’에 배터리株 몸살…부진 장기간 이어질 것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13 16:08

전기차 배터리 안전 불신에 투심 이탈
신뢰 회복 상당기간 소요…실적 회복도 늦어져
선별적 투자나 관망세 유지해야할 때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연합

▲배터리 관련 종목의 주가가 전기차 화재에 따른 공포와 실적 악화 우려에 요동치고 있다.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전기차들이 충전하고 있다. 연합

배터리 관련 종목의 주가가 전기차 화재에 따른 공포와 실적 악화 우려에 요동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국내 보급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지만, 단기 반등에 그칠 것이라면서 실질적인 주가 회복 모멘텀으로 작용하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들어 23.17% 하락했다. 연초 42만9000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현재 32만9000원대까지 추락했다.


삼성SDI도 연초 이후 32.33% 하락했다. 배터리주 가운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종목은 포스코퓨처엠으로, 올해만 41.62% 급락한 상태다. 포스코퓨처엠 주가는 연초 35만원 선에서 움직였지만, 현재 20만원선에 머물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종목의 반등 전환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의 원인이 전기차로 알려지면서 '전기차 포비아(공포)' 현상이 번지는 중이다.


실제 이달 1일 오전 6시15분께 청라국제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87대의 차량이 전소되고 793대가 그을리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당시 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차장 내부의 수도관과 설비들이 녹아내려 단전·단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 공방이 펼쳐지는 중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전기차 계약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안전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영향이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전기차는 소비자 외면 속에 가격이 내려가는 중이다. 완성차 업계가 나서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공개했고, 정부도 이를 권고하면서 배터리 종목이 반짝 상승했지만, 분위기 전환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 신뢰 회복과 안전 문제가 직결된 만큼 주가 반등까지 이어지려면 상당기간 소요될 수 밖에 없단 분석이 힘이 실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극복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벌어진 화재는 국내 수요 둔화와 안전 우려를 키우는 요소"라면서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정보 공개 권고로 국산 배터리의 수요 회복 기대감이 커질 수 있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과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는 아니기 때문에 배터리 업종의 주가 반등을 이끌 재료가 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반기 회복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배터리 업계의 실적 회복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진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산업의 고성장은 변함 없지만, 업황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회사들은 올해 2분기에도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5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6% 감소했다. 같은기간 삼성SDI의 영업이익도 37.8% 줄어들었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94.8%나 급감했다.


배터리 업계에서도 수요 둔화를 감지,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3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했다. 3공장은 연산 50GWh 규모로 올해 하반기 준공해 내년 초 1단계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만큼 선별적 투자나 관망세를 유지할 때라고 조언했다. 한병화 연구원은 “독일은 보조금 축소와 폐지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판매가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프랑스는 마크롱 정부의 저가 전기차 리스 프로그램이 종료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폭이 낮아질 것"이라면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주력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정책 지원이 약화하면서 중장기 성장폭이 낮아지고 있어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으로 선별 투자하거나 관망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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