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본코리아의 연내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가 연기된 탓이다. 시장에서는 더본코리아의 상장 절차가 당분간 절차가 재개될 확률이 높지 않다며 현 상황에서 기업가치 훼손이 나타난 만큼 상장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더본코리아에 대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위원회(예심)를 열지 않고 연기했다. 앞서 더본코리아는 지난 5월 29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심 신청서를 냈다. 예심은 규정상 45영업일 내에 결과가 나와야하는 만큼 더본코리아의 예심은 지난달 말까지 승인 여부가 결정됐어야 했다.
예심과 관련,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예비심사 일정에 대한 연장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거래소가 심사를 연기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법 등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는 여론을 신경 썼다는 의미다.
현재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맹사업법 및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연돈볼카츠 일부 가맹점주들이 6월 24일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면서 벌어졌다.
일부 가맹점주는 '연돈볼카츠'의 83개 점포 가운데 50개 이상 점포(60% 이상)가 폐점했다는 주장도 내놓기도 했다. 더본코리아의 영업사원이 구두로 제시한 매출과 수익이 가맹사업법이 금지하는 허위·과장 정보 제공 행위라고 문제 제기에 나선 것이다.
점주들이 주장하고 있는 세부 내용은 더본코리아 영업사원이 2022년 가맹점 모집 당시 월 3000만원 수준의 매출과 20~25%의 수익률을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실제 매출은 절반에 불과했고 수익률도 7~8% 수준에 그쳤단 설명이다.
하지만 더본코리아는 매출과 수익률을 약속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 최근엔 더본코리아 측이 해당 점주들이 금전적 요구를 했다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도 유튜브·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공정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장 절차를 재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거래소는 예심에서 질적 심사요건도 보기 때문이다. 질적 심사는 상장기업의 적격성을 평가하는 것으로 기업경영의 투명성, 계속성, 안정성, 투자자보호, 소송·분쟁 등도 평가항목에 포함돼 있다. 공정위 조사 결과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소요된다. 결과에 따라 한쪽이 불복하면,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
특히 더본코리아의 기업 특성이자 상장 후 약점으로도 꼽히는 가맹점 사업, 이에 따른 분쟁으로 인한 사회적 평판 저하가 예상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더본코리아가 올해 상장 일정을 잡고 있었음에도 가맹점과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상장의 필요성을 시장참여자에게 설득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장주관사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일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 무리한 상장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중이다.
최근 국내 가맹점 사업 성적이 양호하지 못한 점도 업황 측면에서 리스크 요소다. 실제 202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교촌에프앤비의 현재 주가(16일 종가, 8460원) 공모가(1만2300원)를 밑돌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상장하면서 3만8900원대까지 급등한 적도 있다.
이에 따라 절차가 무기한 연기 되가나, 상장 철회를 결정한 후 시기를 봐 재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더본코리아는 2020년 한차례 IPO 도전에 나섰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상장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와 가맹점주간 분쟁 장기화로 사회적 평판에 흠집이 날 수 있는 데다, 계속 되는 진실공방전에 여론이 어디로 움직일지 모른다는 변수도 있어 무기한 연기 또는 철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가맹점 사업은 여론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의 흐름, 공공적정성 등을 거래소도 면밀하게 살펴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