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삼자 추천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여당이 허를 찔린 모양새다.
당장 민주당은 특검 임명을 제삼자 추천으로 특정했을 뿐 아니라 법안 발의 시한까지 제시했지만, 여당은 조건을 추가할 뿐 법안 추진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대표는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이 양당 대표 회담 의제로 추진하는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반응을 내놨다.
그는 “민주당은 한 손으로는 훨씬 위헌성이 강한 법안을 내놓고, 한 손으로는 제가 낸 대법원장 (추천) 특검을 받는다고도 했다"며 “그 진의가 뭔지 여러 생각이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요구한 오는 26일 특검법 발의 일정에 “열흘이니 하며 뜬금없이 시한을 거는 것은 본인들 입장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간 한 대표가 견지해온 '공수처 수사 진행 상황과 무관'이라는 특검 추진 입장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한 대표는 “원래 특검은 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하면 결과를 보고 하는 것이 정석"이라며 “그것에 대해 당내 많은 분의 의견을 듣고 논의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그 논의 과정에서 지금 상황에서 새로 드러난 제보 공작 부분까지도 (수사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도 듣고 있다"며 추가 조건 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제보 공작 의혹은 임성근 해병대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이 민주당과 의혹 제보자 간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는 여권 주장에 의해 불거진 의혹이다.
이는 공수처 수사와 제보 공작 추가 등을 명분으로 친윤 진영이 앞세운 특검 '전면 반대' 입장과 타협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당 중진인 윤상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에서 “당론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보는 게 먼저"라며 “당론이 있기 때문에 한 대표 개인의 의견과 서로 조정해나가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한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오동운 처장 체제 공수처까지 맹비난하며 압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공수처를 겨냥, “1년 가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도 결론을 낼 만큼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공수처는 그 어떤 수사도 할 능력이 없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슬쩍슬쩍 수사 기밀만 흘리면서 결론은 내지 않고 정치 놀음만 하는 것이라면, 공수처는 당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공수처 수사는 국민의힘이 민주당 특검 주장 비판에 쓴 명분이기도 하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을 겨냥, “검찰을 못 믿어 공수처 만들고, 공수처도 의심스러워 특검하자고 하고, 이젠 사법부와 대법원장도 안 된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최고위원이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인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특검은 제삼자 특검이 아니'라고 주장한 데 따른 반박이다.
곽규택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면 모두 대통령 편이라는 논리는 무슨 궤변이냐"며 “본질을 흐리지 말고 제삼자 특검법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하시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여당에서) 왜 자꾸 채상병 특검법에 조건을 갖다 붙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조건을 붙이거나 단서를 다는 것은 결국 특검을 하지 말자는 얘기일 가능성이 크다"며 “진정성을 갖고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제삼자 추천안도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자, 한 대표는 소위 '제보공작'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토를 달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대표는 당 대표 선거를 할 때는 제삼자 추천 특검을 해야 한다더니, 당선된 뒤에는 발을 뺐다"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제 다시 추가 조건을 덧붙이며 갈팡질팡하는 태도가 안쓰럽다"며 “이게 한 대표의 화법인가"라고 따졌다.
그러면서 “하겠다는 건가, 안 하겠다는 건가"라며 “이번에도 갈팡질팡한다면 국민들은 앞으로 한 대표가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