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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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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근로자 최저임금 차등적용, ‘뜨거운 감자’ 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1 16:53

여당·경영계 “저출산 인력난 심화로 도입 필수”
ILO협약위반 지적에 “생계비 반영 합리적 차별”
정부 “산업현장 어려움 공감, 제도적 방안 모색”

나경원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 도입 세미나'는 경영계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듯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참석자들이 많았다. 사진=정희순 기자

경영계가 요구했던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이 불발되자 여당인 국민의힘이 외국인 근로자에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카드를 들고 나와 정치 및 노동사회계에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구분적용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힘 소속 나경원·안철수·김선교·유상범 의원들과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중견기업연합회, 서울경제인협회, 대한민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주도한 자리로, 태풍 종다리가 몰고온 우천에도 불구하고 세미나실은 보조좌석까지 가득 찰 정도로 내빈과 참관객이 몰려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높은 관심도를 드러냈다.


“외국인 근로자 선택 아닌 필수…제도 개선해야"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저출산 시대 해법으로 제시한 안이다.


여당과 경영계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저출생에 따른 인력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에 최저임금 차등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기업계 및 지방자치단체, 돌봄 서비스 등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한 최저임금으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고, 나홀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수입의 80%를 본국으로 송금하는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약 260만명으로, 불법체류자는 4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내 노동시장에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지만, 체계적인 관리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인 근로자를 통한 인력 수급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제는 해당 안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금지협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점이다. ILO는 내·외국인의 임금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세미나에서는 “생계비를 고려한 최저임금 적용은 '합리적인 차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나경원 의원은 “차별을 금지한다는 ILO 협약의 '차별'은 무조건적인 차별을 금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최저임금을 정하는 기준은 '노동생산성'과 '생계비'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근로자 1인의 생계비는 국내 생계비 기준으로 해야겠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으로 송금하는 가족 생계비는 이 기준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생계비 고려한 최저임금 적용은 합리적 차별"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전 여성가족부 차관)는 “ILO협약을 보면, 본인이 동의하고 적절하다면 현물 급여도 인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며 “지자체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일정수준의 숙식을 제공하고, 지자체장이 정한 금액만큼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마련해야한다"고 제언했다.


김준형 카이스트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는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시장'에 들어와서 임금이 떨어지면 고학력 여성의 노동시장 공급이 늘어난다는 조사가 있다"며 “가격이 떨어져야 노동자들이 유입될 수 있고, 편익도 증대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최저임금의 차등적용을 통한 편익은 아주 분명하다"고 강조한 뒤 “다만, 사회적 부담을 덜어내면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여 주문했다.


이날 세미나에 정부 측 토론자로 참석한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정누리 사무관은 “업종 별 최저임금 구분적용은 노사 간 의견 첨예하다보니 제도 개선이 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잘 챙겨보고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종찬 법무부 외국인정책과장은 “가사돌봄 서비스 문제 뿐만 아니라, 농촌 지자체 같은 경우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방 지자체나 이런 산업관련된 쪽이랑 같이 해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우중 중기부 지역기업정책관은 “비수도권 지역에 있는 중소제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인력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최저임금 급속한 인상에 대해 비용 부담 커진 상황에서 최소한의 차등 적용 논의는 시작돼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김 정책관은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중소기업 내지 소상공인, 좀 더 넓혀서 가사도우미에 내용까지 논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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