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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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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트가 꾼 ‘메타버스’의 꿈, 결국 주주 부담으로 돌아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6 15:37

250억 주주배정 유증 소식에 주가 20%↓
메타버스 개발 위한 CB상환 목적…관련 매출은 ‘0’
최대주주 청약률 고작 ‘20%’, 특수관계인은 미정

맥스트 CI

▲맥스트 CI

250억원 유상증자 소식에 맥스트 주가가 급락했다. 주주배정 방식인 데다 최대주주의 청약 참여율이 20%밖에 되지 않아 개인주주들의 민심이 악화된 결과다. 이번 유상증자 목적이 지난 2022년 메타버스 개발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상환임을 감안하면, 결국 당시 결정이 2년 후 개인주주들의 부담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맥스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2.97% 하락한 2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올해만 약 60% 이상, 종가 기준 사상 최대치(2021년 11월 19일, 4만2984원) 대비 90% 넘게 급락한 수준이다.


이날 주가 급락 원인은 유상증자다. 지난 23일 장 마감 후 회사는 250억원 규모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발행 신주는 1070만주, 현 상장주식(1957만882주) 대비 50%가 넘는 대규모 증자다. 예정 발행가액도 2340원으로 현 주가 대비 낮은 편이다.


결국 대규모 주주가치 희석이 예상되는 데다, 그 부담이 온전히 개인주주들에 돌아가는 구조여서 악화된 투심이 이날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 증권신고서 상으로는 최대주주 박재완 대표이사(지분 약 18.9%)의 청약 참여율도 20%에 불과하다. 기타 특수관계인의 참여는 아직도 미정이다.


특히 개인주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자금조달 목적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모은 자금 250억원 중 160억원은 지난 2022년 발행한 제1회차 CB 상환에 쓰인다. 해당 CB는 과거 맥스트가 메타버스 서비스 개발·운영 목적으로 발행된 바 있다. 당시 조달 규모는 210억원이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맥스트의 메타버스 관련 부서에서는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지 않다. 맥스트의 확장현실(XR) 메타버스 개발 플랫폼 부서에서는 지난 2022년 2억8000만원, 2023년 600만원의 매출을 냈고, 올해는 돈을 벌지 못했다.


이는 현재 맥스트가 겪고 있는 재무 악화의 한 원인이 됐다. 맥스트는 지난 2021년부터 매년 영업이익·순이익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에는 매출이 18억원에 불과한데 영업손실은 165억원, 순손실은 132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누적 매출 189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손실(38억원), 순손실(20억원)은 계속 중이다.


부채도 크게 늘었다. 통상 200% 이상이면 위험 수준으로 해석하는 부채비율이 올 상반기 말 기준 186.2%까지 뛰었다. 작년 약 19억원을 지출한 이자비용은 올해 6개월 동안 벌써 12억원을 냈다.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는 만큼 보유하고 있는 현금도 꾸준히 줄었다. 작년 말 286억원에 달했던 현금은 6개월이 지난 현재 134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운영비용과 함께 사업 확장을 위해 아이엘포유, 니즈게임즈 등 회사 지분을 인수하느라 상당한 비용 지출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해당 회사들의 실적 덕분에 맥스트의 매출도 크게 늘었지만, 앞으로의 운영자금과 상술한 부채 때문에 이번 유상증자를 과감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주주 입장에서는 회사가 돈이 되지 않는 부서에 210억원의 돈을 투자했다가 뒤늦게 그 부담을 주주들에게 전가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최대주주인 대표이사의 청약 참여율도 저조하기에 더욱 그렇다.


맥스트는 이번 유증 공시를 낸 직후 그동안 개발한 결과물인 메타버스 플랫폼 '틀로나(TLONA)'의 서비스 개시를 알렸지만 반응은 냉랭하다. 지금까지 수익을 내지 못해 서비스를 접은 메타버스 플랫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여서다.


맥스트 측 관계자는 “향후 자금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의 유증 청약 참여율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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