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매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원매자인 우리금융지주에서 부당대출 문제 등 각종 변수가 발생하면서 최종적인 딜 성사 여부를 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수측과 매도측 모두 상황상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 과정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28일 예정된 임시이사회에서 동양·ABL생명 인수와 관련한 안건을 다룰 전망이다.
우리금융은 앞서 지난 6월 두 생명보험사의 지분을 최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를 진행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우리금융 임시이사회에서 우리금융과 다자보험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PA는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약정으로, 앞서 체결한 MOU보다 구속력이 강하다. 보험업계는 SPA 체결이 인수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만큼 몸값이나 조건에 대한 세부적인 조율이 어느정도 마무리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인수가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지를 두고선 여러 시각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지난 12일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패키지 인수를 위한 실사 과정에서 기간을 연장했다. 당초 투자금융(IB)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실사는 9일쯤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우리금융이 이 기간을 연장하면서 지난주까지 이어져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연장 이후 실사가 추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금융에 '손태승 전 회장 부당대출' 문제로 내부통제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시검사에서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 실행과 그 중 절반이 넘는 350억원 규모의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적발했다. 금감원은 부정대출 관련자에 대한 제재와 함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등의 기관 제재도 검토 중이며 기관 제재가 취해질 시 현재 추진 중인 인수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SPA 체결 시 최종 단계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 심사만을 남겨두게 되지만, 이를 통과하려면 당국에세 제재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부적정 대출 중 일부가 현 임종룡 회장 체제에서 실행됐기 때문에 만일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연루됐거나 부적정 대출 건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묵인했다면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심사라는 고비가 인수에 있어 최종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이슈로 기관 제재를 받는다면 최악의 경우 보험사 인수 추진 자체가 무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사 지배구조 감독규정상 금융사의 대주주가 되고자 할 때 최근 1년간 기관경고 조치 또는 최근 3년간 시정명령이나 중지명령, 업무정지 이상의 조치를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우선 업계는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를 위한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전 딜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다. 당국의 금융 제재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3개월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단순 계산하면 제재 전 마무리가 가능하다.
마침 매각을 추진 중인 다자보험그룹도 빠른 전개를 원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부터 동양·ABL생명의 매각에 나서왔지만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고심해왔다. 유력하고도 우량한 인수자로 꼽히는 우리금융과의 매각 성사가 무산될 경우 일정기간 매각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
다만 제재 리스크를 지니고 있는 상태에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순적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금융당국이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만큼 심사가 길어지거나 보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이 기관 제재 전 인수를 마쳐야 하는 이슈가 생긴 만큼 우리금융이 다소 우위로 점쳐지던 협상력에도 변수가 생긴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전까지 동양생명 등 매물의 실적 악화나 연말까지 매각을 마쳐야하는 다자보험 측 이슈로 우리금융이 다소 유리한 위치를 점한 것으로 보였으나 현재는 우리금융이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당초 밀고가던 가격보다 높게 지불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수가를 놓고 줄다리기가 길어졌던 만큼 이와 관련해서도 최종적인 결과에 시선이 모인다. 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이 과도한 지출(오버페이)에 거듭 선을 그어온 만큼 이번 인수에서 2조원 이상 지불하지 않도록 했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안방보험은 2015년 동양생명을 1조1319억원에, 2016년 ABL생명을 35억원에 각각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