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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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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SK, 지배구조 재편 강행이 상법 개정 앞당길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28 14:3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여야, 이사 충실 의무 주주로 확대 한목소리

주주가치 훼손 부각되면 개정안 힘 실릴듯

금감원장 “투자자 실망" 연이어 개선 촉구

재계 “소송 남발 경영 위축"… 갈등 예고

최근 SK이노베이션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받으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해당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역시 법안의 입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SK와 두산의 주주 이익 침해 우려와 맞물려 논의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여야,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한목소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부스터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라며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고,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이사 선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기회가 될 때마다 내놓는 중이다. 이 원장은 28일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만 위한 의사결정으로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여당 측 인사지만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최근 까지 이 이슈로 학계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고, 곧 일반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두산 CI

▲두산 CI

◇SK·두산 사례로 본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야가 모두 이 이슈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SK와 두산에서 진행되는 지배구조 재편이 큰 이유로 꼽힌다.


해당 이슈는 모두 이사회를 통과한 뒤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 논의가 불거졌다. 만약 이사의 충실 의무가 강화된 상황이었다면 주주총회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간의 복잡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교환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설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재차 요구한 상태다. 법에 따라 기준 시가를 적용한 합병비율 외에 현금흐름할인모형(DCF)과 배당할인모형(DDM) 등의 방식을 이용한 합병비율도 계산해 이를 비교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최근 안건 처리가 완료된 SK이노베이션도 SK E&S와의 합병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었다. 국민연금도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주총 안건은 통과됐지만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CI

◇상법 개정안, 기대와 우려 공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여 경영 판단을 내리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함으로써,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서는 경영 불확실성 증가와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조치지만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세부 조항을 명확히 하고,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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