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중단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민심이 격해지고 있다. 미국 대체거래소(ATS) 블루오션과 국내 증권사 모두 책임을 부인하자, 일각에서는 집단소송 움직임도 보인다. 현재 금감원에서는 투자자들의 민원을 두고 분쟁조정절차 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법조 전문가도 선례가 없는 일인 이상 집단소송 시 승소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초 미국 주식 주간거래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증권사를 상대로 보상을 요구하는 민원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이달 5일 글로벌 증시 폭락 당시 각 증권사의 미국 주식 주간거래 주문이 일괄 취소되면서 발생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거래 위탁을 맡은 미국 ATS 블루오션이 일방적으로 주문 취소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주간거래가 취소된 금액은 약 6300억원, 계좌 수는 약 9만개에 이른다.
당초 금융당국은 2주의 기간을 두고 증권사와 투자자 간 자율 조정을 권했지만, 지난 28일을 끝으로 무산돼 결국 금감원이 직접 나서게 됐다.
현재 각 증권사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을 모두 부인한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민원을 제기한 투자자들에게 보상이 어렵다는 내용을 발송했다. 일방적인 거래 취소로 촉발된 사건인 이상 모든 책임은 블루오션에 있으며, 이와 관련한 위험성도 약관에 고지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외화증권 매매거래 계좌 설정 표준약관 제14조에 따르면 '천재지변·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불가항력이라고 인정되는 사유에 의한 매매의 집행, 매매대금의 수수 및 예탁·보관의 지연 또는 불능'에 관련한 고객의 손해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설상가상으로 블루오션 측도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블루오션 측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국제국(FINRA) 측의 별다른 제재가 없다는 점을 들어 보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증권사들은 민원과는 별개로 공동 대응 방침을 결정, 블루오션을 상대로 성명서를 발송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투자자, 증권사, 블루오션 등 사건 관계자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금감원에서는 이 사건을 분쟁조정위원회로 올릴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간거래 중단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의 민원이 다수 들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어렵지만 담당 부서에서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카카오톡 오픈채팅 등에 피해자 모임이 결성됐으며, 참여한 숫자도 2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법조계에서는 집단 소송의 성공 가능성은 '미지수'로 보고 있다. 우선 해당 사건의 경우 상법 제105조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 조항은 '위탁매매인은 위탁자를 위한 매매에 관해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위탁자에 대해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는 내용이다.
이번 사건에 대입해 보자면 위탁매매인은 증권사, 위탁자는 투자자, 상대방은 블루오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는 '다른 약정이나 관습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라는 단서가 있어, 상기한 외화증권 매매거래 계좌 설정 표준약관이 예외 사항이 될 수 있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판례도 많이 없는 사건이라 상법 제105조 적용 여부도 확실하지 않으며, 법리적으로 쉬운 판단이 아니다"라며 “소송이 실제로 벌어져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