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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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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 속 ‘실손청구 간소화’ 난항…뾰족한 수 없는 당국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30 08:31

전자의무기록 업체 미온적 참여로
병원 연계 4.7% 그쳐

EMR업계 “시스템 유지 보수 비용 등 부족해”
지방은 이용 못할듯…“소비자편익 뒷전” 비판도

금융당국, 보험사·의료계 참여도 관련해 당부

실손보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해야 하는 대상 의료기관 전체 4235곳(보건소 제외) 중 197곳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올해 10월 시행이 예정된 '실손 청구 간소화 서비스'가 시행을 앞둔 막바지 과정에서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진료기록을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소극적인 참여로 인해 병원의 연계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어 일부 지역에선 시행 후에도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이 '실손보험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확산 사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병원간 연계가 부진한 상황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14일 3차 공고가 나간 상황으로 지난달 1차 사업 이후 2차 사업을 거쳤지만 EMR업체의 저조한 참여도로 인해 3차까지 진행하게 됐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보험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병원이 전송 대행 기관(중계기관)을 거쳐 보험사에 진료비와 세부내역서, 처방전 등 각종 서류를 전송하는 서비스다. 이 과정에서 EMR업체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EMR 업체는 55곳 중 10여 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MR 업체들이 높은 운영비를 책정하는 등 시스템 구축을 위한 확산사업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지역 소형병원의 경우 시스템 구축이 난항을 겪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두 달 안에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시행해야 하는 대상 의료기관 전체 4235곳(보건소 제외) 중 197곳만 전산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전산 시스템 구축이 4.7%에 그쳤단 의미다. 보험개발원은 규모가 큰 상급종합병원 47곳은 이미 전부 참여했으나 병상 수가 적은 소형 병원들의 참여가 부진하단 설명이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자체 개발한 EMR을 운영하면 되지만 규모가 작은 지역병원에서는 상용EMR 업체가 만든 보급형 시스템을 구매해 운영할수 밖에 없다.


EMR업계는 시스템 유지 보수 비용 등을 현재 제시된 수준보다 높게 원하고 있어 보험업계의 추가 비용 지불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추후 정산 시 조단위 비용이 투입되는데 대한 부담이 있는데다 생명보험업권과 손해보험업권간 분담 기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EMR 업체에 개발비, 설치비, 연계비 등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EMR업체들의 참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방 주민들이 서비스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에 처했다. 미참여 병원의 경우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이전처럼 보험가입자가 병원을 방문해 서류를 떼서 직접 보험사로 보내야 한다.


실손 청구 간소화는 앞서 도입 단계부터 의료계 반대와 전송대행기관에 대한 결정 과정으로 인해 순탄치 않았다. 시행을 결정한 뒤 서비스 시행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는 병원에서 보험사에 전송하지 않는 데이터나 의료기관마다 상이한 비급여 코드의 통일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 역시 보험가입자가 결국에는 보험금 청구를 위해 직접 나서야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업권 간 밥그릇 싸움 속에 정작 소비자 편익이 가장 뒷전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따른다. 병원이 전송하지 않는 데이터에 대해 가입자가 직접 제출해야하는 등 각종 구멍은 차치하고, 일부 병원에선 아예 시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실손청구 간소화 개정법안에서 환자가 요청할 경우 의료기관의 정보 전송은 의무화한 반면 위반했을 경우에 대한 별도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 근본적 문제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문제없는 실손 청구 전산화를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겠단 방침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연계되지 않은 병원과 관련해선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열린 보험업권 CEO 간담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이뤄낸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시행 기간이 정해진 만큼 직접 챙겨볼 것이며, 보험사 대표들도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병원 연계와 관련한 질문에 “병의원이 전산에 빠른 시일 안에 들어갈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며 “의료계가 어려운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과 별도로 이는 의료소비자인 국민들이 자기권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는 문제다. 이를 계기로 의료계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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