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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chyyb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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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문맹 한국, IMF보다 더 큰 금융위기 맞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8.30 13:52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인터뷰

CBAM, SBTI, RE100 등 탄소 규제 한국 압박

“규제 안 따르면 레퓨테이션 리스크 커져 수출 중단”

탄소문맹 퇴치 시급, 넷제로아카데미 설립 교육 제공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

“몇 년 안에 한국에 IMF 사태는 비교도 안되는 심각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들은 모두 한국을 떠날 거다. RE100이 가능한 곳으로…"


탄소중립 교육 등 관련 솔루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박희원 넷제로홀딩스그룹 대표는 매우 심각한 어조로 국내 산업의 앞날을 걱정했다.


그는 “한국은 정말 탄소문맹이다. 지금 CBAM, SBTI, RE100, ESG, ISSB, TCFD 같은 글로벌 탄소 규제가 한국의 기업과 금융권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 내용이 너무 복잡해 이해도 못하고 있을 뿐더러 설마 진짜로 오겠냐라고 생각하는 이들까지 있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가 열거한 탄소 규제 중 CBAM, RE100, ESG는 어느 정도 익숙한 용어지만 SBTI, ISSB, TCFD는 처음 접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생소하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은 유럽연합이 시행하고 있는 탄소국경조정제도로, EU로 수입되는 시멘트, 순철 및 강철,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가지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을 계산해 과징금을 매기는 제도이다. EU는 2025년까지는 보고만 받고, 2026년부터는 실제 과징금을 매긴다. 적용대상은 향후 플라스틱 등 유기화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기로 충당한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가입했으며,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36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기업의 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해 평가하는 제도이다. EU 기업들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ESG를 의무보고해야 하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도 기업규모에 따라 2026년부터 의무보고를 하도록 했다. 우리나라도 이르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보고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BTI(Science-based Target Initiative)는 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로, 파리기후협정을 달성하기 위한 기업 및 금융기관의 탄소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모니터링 하는 이니셔티브이다. 현재 전세계 1700개가 넘는 기업이 과학기반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ISSB(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로, 투자자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정보와 기후 관련 위기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요구하는 제도이다. ISSB 공시기준에 따른 의무 공시는 2025년부터 이뤄질 예정이고, 앞으로 생물다양성, 생태계, 인권 등에 관한 추가적인 공시 기준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G20에 의해 설립된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포스로, 기후변화로 기업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후 관련 정보를 공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101개국의 4000개가 넘는 기관이 지지하고 있다.


가지 수도 많고 내용도 복잡하지만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탄소 감축 등 환경에 대한 진정성이다. 특히 탄소 측정 범위를 제품 생산뿐만 아니라 원료부터 폐기 단계까지 측정하는 스코프3를 적용해 해당기업뿐만 아니라 공급망 기업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이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탄소 규제들이 한국 산업계와 금융계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정부는 왜 여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일까. 박 대표는 이러한 의문을 갖게 된 사고방식 자체가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 규제들은 국가가 통제하는 게 아니다. 글로벌 민간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이니셔티브와 프레임워크다. 기업이 이것을 어긴다고 벌금을 물거나 민형사상 처벌을 받지도 않는다. RE100도 자발적 캠페인이다. 국내 36개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가입했다"며 “다만 수출 기업들이 탄소 규제를 따르지 않으면 레퓨테이션(명성) 리스크가 커지게 된다. 이것을 관리하지 못하면 수출을 못하고 국제적으로 불매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 여파가 공급망 기업까지 확대되면서 한국 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이어 “규제들의 원문을 찾아 보면 '잘 측정할 것'식으로 애매하게 써져 있다. 정답만 요구하는 교육방식과 국가 규제에 익숙한 한국에서 볼때 이렇게 애매한 규정은 제도화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다르다. 이들은 어려서부터 토론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교육을 받아 왔다. 탄소 규제 문제는 누가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구에서 시작된 탄소 규제는 한국만 겨냥하는 게 아니다. 그 지역으로 수입되는 모든 국가를 타깃으로 한다. 중국이 더 큰 타격을 받으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박 대표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현재 탄소 규제에 가장 잘 대응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이 ESG 분야 투자 1위다. 중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35%이고 곧 50%에 도달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일사분란하게 대응해 나간다"며 “반면 고도의 자본주의 국가인 한국은 님비현상이 너무 심하다. 내 집앞으로 고압전선이 지나가면 안되고, 지역에 폐기물 처리시설은 물론 발전소도 못 들어오게 한다. 한국이 탄소 규제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한국 기업들한테 가장 시급한 것은 탄소 규제의 본질을 꿰뚫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래야만 적절한 솔루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룹 내 넷제로아카데미를 설립하고 기업 및 기관을 대상으로 탄소 교육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영국의 세계적 탄소 교육 비영리 기관인 The Carbon Literacy Trust 재단(CLTrust)과 탄소 교육 프로그램인 'Carbon LiteracyTM' 교육을 제공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업 및 기관에 관련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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