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은행권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조이기가 심화되자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과 2금융권, 카드론 등으로 몰려들고 있다. 풍선효과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카드사까지 발을 넓혀 주시할 방침이지만 쏠림현상이 지속될 경우 카드사 건전성과 중저신용자의 신용도 하락 등 각종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늘어나는 '신용대출'...당국, 2금융권 대출추이도 주시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금융당국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를 이용해 주택구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있는지 주시하고있다. 가계대출 급증과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해 1금융권인 은행권에 금리인상을 비롯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이번엔 신용대출 규모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로 은행권 내 신용대출로 수요가 이동하면서 주담대 외 대출에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모양새다.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은 한 달 새 102조6068억원에서 103조4562억원으로 8494억원 증가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이달 들어서도 불과 4영업일만에 증가한 신용대출 규모가 8월 한 달 신용대출 증가액(8495억 원)의 절반을 웃돈다.
2금융권에서도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추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7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1조2266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던 6월 말보다 1.53%(6207억 원) 증가했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서 급전 수요가 카드론으로 밀려나게 된 영향 등이다.
금감원은 앞서 2금융권 풍선효과를 위해 상호금융권과 새마을금고, 보험권의 주담대 추이를 점검 중이지만, 내주부터는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취급하는 2금융권 신용대출의 변동성까지 들여다볼 방침이다. 2금융권도 신용대출로 풍선효과가 전이될지 여부를 주시하기 위해서다. 은행 신용대출마저 막히는 경우 저축은행 신용대출이나 카드사 카드론 쪽으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이번 주부터 하루 단위로 점검에 들어간다.
당국은 주담대와 신용대출 모두를 활용해 주택구입에 나설수 있는 만큼 주담대 외 대출에 풍선효과가 이어진다면 신용대출까지 조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신용대출에 소득대비대출 비율(LTI)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연소득 내로 묶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중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의 150% 수준으로 적용 중인 가운데 이를 100%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다. DSR 산정 시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를 현행 5년에서 더 축소해 전체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높아진 대출 문턱에 중저신용자 카드사로…“종국엔 가계대출 부실 야기"
선제적으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결정한 은행들도 나오면서 2금융권 신용대출과 카드론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9일과 10일부터 신용대출을 최대 연소득까지만 내주기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 연체율이 이미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어 실제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이어질 경우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전업 카드사 8곳의 연체율은 1.69%로 지난해 말보다 0.06%P 상승했다. 2014년 말(1.69%)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당국은 풍선효과를 우려하면서도 대출 규제에 있어서는 당분간 강경책을 취할 방침이다. 수도권 일부 부동산 가격에 대해 연말까지 핀셋규제를 추가로 제도화하거나, 내년 하반기로 미룬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조기 시행 등도 검토 대상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
카드사는 연체율이 심각한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에서 카드론 규모 또한 사상 최대 수준까지 증가했다. 여기서 카드론 수요가 더 늘어 잔액이 급증하면 카드사 연체율도 덩달아 뛰어오르게 된다.
1금융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자영업자나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급전 수요가 고금리인 카드론으로 향하게 되면서 이들의 신용도 하락이 연쇄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카드론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상황이기에 저축은행 등에서 밀려난 수요가 고금리 카드론으로 집중될 경우 차주의 상환부담으로 돌아가 중저신용자의 가계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