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에서 임원을 지낸 최모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씨(60)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기술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다.
청두가오전은 최씨가 2021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원을 투자받아 설립한 회사다. 최씨는 한국에서 삼성전자 임원과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 설립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부터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들을 접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서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기술 인력을 자신이 설립한 업체에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최씨는 청두가오전 운영을 주도하며 영입한 국내 반도체 기술자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공정기술을 유출했다. 이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청두가오전은 놀라운 속도로 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 1월경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에 준공을 마쳤고, 불과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에는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초 개발 제품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8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3000억원이며, 20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원에 달한다"며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아직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기술이 추가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청두가오전의 경우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고, 20나노급 D램 양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없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번 유출 사건과 관련해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임직원들도 추가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핵심 기술 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 등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인원은 밝힐 수 없지만 약 30명 정도가 추가로 입건된 상황"이라며 “기술을 유출한 추가 국내 기술 인력 및 이와 관련된 인력 송출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