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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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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혹은 정치” vs “미국인에게 희소식”…美 대선판 흔든 연준 ‘빅컷’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19 11:37
Election 2020 Debates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사진=A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른바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을 단행하자 미 대선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 대선을 7주 앞두고 금리를 전격적으로 인하한 연준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빅컷이 서로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면서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미 정치권에선 연준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서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0.5%포인트 금리 인하가 통상 이례적인 결정, 9월 FOMC 정례회의가 대선 전 연준의 마지막 회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공화당 측은 연준의 이번 빅컷은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금리 인하폭에 대해 “매우 이례적인 숫자"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금리를 그정도로 내려야할 만큼 경제상황이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가 매우 안좋거나 그들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초부터 연준이 민주당을 돕기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그는 대선 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거물이자 공화당 주요 기부자인 존 폴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준이 대선 정치에 관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적으로 연준은 선거일을 이렇게 가까이 앞두고 금리를 인하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세기들어 연준이 이런 결정을 내렸던 적은 극적인 조치가 필요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였는데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의 이번 결정은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운동을 촉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며 “연준은 정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오늘 결정을 봤을 때 연준의 이러한 주장에 의문이 든다"고 주장했다.


폴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이기면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민주당 측은 연준의 빅컷 결정을 두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막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며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도 “이번 발표는 고물가에 힘들어하는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소식"이라며 “물가가 중산층과 근로 가정에 여전히 너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의료, 주택, 식료품과 같은 일상적인 필요 비용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부자와 대기업을 위해 추가 감세를 추진하는 트럼프와 반대된다"며 “그의 계획으로 각 가계에 연 4000달러라는 비용이 추가로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원 예산위 민주당 간사인 브렌던 보일 의원(펜실베이니아)도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중산층의 승리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극찬했다.


연준은 이번 결정이 대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FOMC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대선 전 단행된 이번 빅컷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이번이 내가 연준에 있으면서 맞는 네 번째 대선"이라며 “정치적 결정을 한번 시작한다면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어떤 정치가나 정치적 원인, 정치 이슈를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임무는 미국인을 대신해 경제를 지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준 위원들은 이날 공개한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말 기준금리 목표치를 4.4%, 2025년도 연준 금리 목표치를 3.4%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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