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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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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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발전 부추기는 AI…기후변화 대응 ‘빨간불’ 켜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0 12:14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천연가스 발전이 제격
BI “2030년 천연가스 수요 30% 급증”
멀어지는 천연가스 수요 피크…“에너지전환 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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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생산기지 현장.

인공지능(AI)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수요를 촉진시켜 기후변화 대응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I 데이터센터의 높은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천연가스 발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서다.


20일 블룸버그통신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장 빠른 속도로 천연가스 발전 시설을 늘리고 있다며 화석연료 수요가 정점에 도달될 시기 또한 늦춰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만 새로 구축하겠다고 계획한 천연가스 발전설비가 27.5 기가와트(GW)로 집계됐는데 이는 2020년 1년치(19.5GW)를 웃도는 규모다. 올 하반기에도 27.5 GW가 추가로 예정됐는데 현실화될 경우 시에라클럽이 첫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최대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찬연가스 발전은 발전단가가 저렴한 데다 재생에너지와 달리 간헐성 문제가 없는 만큼 AI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제격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천연가스 기반 복합형 가스터빈(CCGT)의 균등화 발전비용(LCOE)은 메가와트시(MWh)당 최저 41달러로, 육상풍력(최저 40달러) 다음으로 두 번째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연가스 수요가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이란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천연가스가 2016년부터 석탄을 제치고 미국에서 최대 발전원에 올랐지만 글로벌 투자은핸 모건스탠리는 재생에너지가 이르면 2028년부터 천연가스 발전을 추월할 것이라고 2020년 6월에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현재의 10배까지 급증하고 천연가스 발전 수요도 덩달아 현재 수준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은행 윌리엄 블레어의 제드 도셰이머 에너지 및 지속가능성 섹터 총괄은 앞으로 미국에서 새로 추가되는 발전설비 중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도셰이머 총괄은 “몇 년 전만 해도 태양광과 풍력이 추가 발전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며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피크를 찍겠지만 조만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천연가스가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자 일부 발전사들은 탈탄소 목표를 조용히 수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BI에 따르면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소유한 전력회사 파시피콥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기존 78%에서 63%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파시피콥은 또 향후 20년에 걸쳐 5GW가 넘는 천연가스 발전설비를 새로 건설함과 동시에 7GW 가량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는 계획을 올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운 기후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5년까지 미국 발전부문 탄소배출 넷제로(실질적 배출량 0)를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탄소가 배출되는 천연가스 발전소는 최소 40년 넘게 가동되는 데다 인프라에선 온실효과가 강력한 메탄이 쉽게 누출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환경 옹호단체 클린 버지니아의 켄들 코버비그 이사는 “우리는 석탄, 천연가스 발전소와 같은 과거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준비가 됐었지만 이제는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에너지컨설팅 업체 우드매켄지의 패트릭 핀 발전시장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새로운 가스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 외에도 노후화된 가스발전소 폐지 시기를 늦출 것"이라며 “청정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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