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2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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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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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빅컷’에도 세계는 각자도생…유럽·中 ‘신중’, 일본은 ‘인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20 15:33
USA-FED/SPLIT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빅컷'(0.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통화 완화 기조의 시작을 알렸지만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각국의 인플레이션이나 노동 시장 등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4.75∼5.0%로 0.5%포인트 낮췄다.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0.5%포인트 인하로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한 데 이어 연내 두 차례 회의에서 총 0.7%포인트를 더 인하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다음 날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기준금리를 연 5%로 동결했다. 금융시장에선 연준 빅컷 영향으로 BOE가 예상보다 이르게 이달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BOE는 서두르지 않았다.


BOE는 미국보다 먼저 8월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는데 11월에 또 한차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국 인플레이션이 미국만큼 식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날 발표된 8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6%로, 7월(5.2%)보다 높았고 시장 전문가 전망치 5.5%도 웃돌았다. 또 영국은 임금 인상률은 5%가 넘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등 미국과는 노동시장 분위기가 다르다.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므로 우리는 너무 빨리 또는 너무 크게 (금리를) 인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CB-POLICY/EUROZONE-MARKETS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사진=로이터/연합)

6월과 9월 0.25%포인트씩 금리인하에 나선 유럽중앙은행(ECB)도 상황은 비슷하다. ECB는 연내 1~2회 추가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파 성향의 ECB 정책위원인 클라스 노트 네덜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을 계속 완화할 여지가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예상대로 완화한다는 전제로서만 그렇다고 말했다.


유럽과 영국이 먼저 통화 완화에 나섰지만 이제는 미국이 가속 페달을 세게 밟는 양상이다.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6년 만에 최고인 4.5%로 동결하면서 올해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


TD 증권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 책임자인 제임스 로시터는 “물가에서 고용 위험으로 초점 이동이 유럽보다 미국에서 더욱 크게 벌어졌다"며 “미국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빠르게 사라졌지만 유럽에선 아직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주택담보대출 기준이 되는 5년물 대출우대금리(LPR)를 3.85%로, 일반 대출 기준 역할을 하는 1년물 LPR를 3.35%로 각각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연준의 빅컷 이후 중국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시장 예상을 깬 것이다. 인민은행이 이달엔 금리를 동결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싱자오펑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수석 중국 전략가는 로이터에 “금리 인하가 중국 고위 당국자들이 검토하고 있는 대규모 부양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4분기 한 번에 대폭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신흥국에 이어 캐나다와 스위스는 오히려 미국보다 속도를 더 내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6월 이후 세 차례나 금리를 내렸고 스위스 중앙은행은 연준 빅컷 영향으로 다음 주에 0.5%포인트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체코는 25일 0.25%포인트 인하가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체코 중앙은행이 올해 3회를 포함해서 내년 말까지 총 1.5%포인트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JAPAN-ECONOMY/BOJ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로이터/연합)

일본과 브라질 등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연준 결정 몇시간 후에 0.25%포인트 인상을 발표했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만장일치로 이번 결정을 내리며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브라질 헤알화는 최대 1.2% 상승했다.


이는 칠레, 페루, 멕시코, 콜롬비아 등 다른 중남미 국가들이 경제 성장세를 되살리기 위해 최근 몇 주간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서 벗어난 일본은행의 경우 이날까지 이틀간 개최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25%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일본은행은 지난 3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올리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데 이어 직전인 7월 회의에서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올해 안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무라 나오키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지난 12일 강연에서 경제·물가 동향이 일본은행 전망에 부합할 경우 기준금리를 “적어도 1%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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