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평균 연회비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카드사들은 본업 수익성 확대 목적에 더해 여행 관심도가 높아진 소비자 수요를 타깃하며 프리미엄카드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4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2024년 상반기 출시 신용카드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 평균은 11만3225원이다.
이는 지난해 평균인 6만9583원에 비해 63%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36% 증가했다. 평균 연회비는 지난해 하반기 감소했다가 올 상반기 들어 1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카드가 다수 출시 및 리뉴얼되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연회비는 기본적으로 카드 발급과 배송,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연회비는 1만~3만원대에 형성돼 있지만 프리미엄이나 플래티늄 등 이름이 붙은 상품들은 10만원에서 200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는다.
이전까지 연회비는 '카드를 이용하기 위해 카드사에 내는 비용이나 일종의 수수료'라는 인식이 강해 연회비가 낮은 카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지만 현재는 10만원 이상 연회비의 저가형 프리미엄카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일단 카드사들이 연회비를 낸 액수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바우처를 제공하기 때문에 손해보지 않는다는 인식이 커진데다 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도 일반적인 혜택 외의 서비스를 누리기 때문에 10~30만원대 연회비로 프리미엄 고객이 된다는 만족도를 얻을 수 있는 등 심리적인 변화도 영향 중 하나로 해석된다. 혜택이 미미한 일반카드보다 차라리 조금 더 높은 연회비를 지불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받는 쪽을 택하겠단 것이다.
소비자와 업계로부터 주목받는 상품군은 연회비 10만~30만원대 카드다. 실제로 카드업계는 상반기 연회비 저가형 프리미엄카드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상반기 중 연회비 10만원 이상의 신용카드를 5종 이상 출시했다. 아멕스 현대카드 시리즈의 리뉴얼을 비롯해 단종됐던 MX 블랙(Black) 재출시, 새로운 프리미엄 카드 서밋(Summit) 등을 선보이며 상품군을 늘렸다. 하나카드도 지난 2월 내놓은 '제이드 클래식'이 출시 후 120일 만에 4만매를 돌파하자 6월 제이드 프라임, 제이드 퍼스트, 제이드 퍼스트 센텀을 추가로 출시했다.
하나카드는 올해 상반기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 론칭 후 크게 흥행하며 프리미엄카드로의 뉴노멀을 이끌기도 했다. 카드고릴라 집계에 따르면 제이드 클래식은 지난달 연회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카드 순위권에서 1위를 기록했다.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이 여행 카테고리와 관련한 관심과 지출이 급증한 점에 주목해 이같은 수요를 타깃해 집중적으로 해당 혜택을 담아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상반기 '연회비 10만원 이상 프리미엄카드' 집계에 오른 30개 카드 상품을 살펴보면 제이드 클래식의 경우 바우처 최대 10만원에 전세계 공항라운지 연 3회 무료 이용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 2위를 차지한 현대카드 서밋도 공항라우지 무료 이용 혜택을 제공 중이며 3위인 신한카드 더 베스트-F 상품의 경우 사용금액에 따라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이외에 현대카드 '더 그린 에디션2'도 공항라운지 이용 혜택을, KB국민카드의 'BeV V'카드도 대한항공마일리지 적립과 해외 공항라운지 무료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거의 모든 프리미엄카드에서 여행과 관련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나카드가 6월 새로 발매한 상품에도 인천국제공항 무료 발렛 파킹, 국내 특급호텔 무료 발렛 파킹, 호텔 조식과 얼리체크인 등의 혜택을 추가했다.
카드사들의 서비스 축소 전략에 따라 알짜카드 출시가 줄줄이 중단되자 경쟁축이 저가형 프리미엄카드 시장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저가형 프리미엄카드 수요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고 해당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소비자 반응이 좋은 상품에 집중하면서도 조달비용 인상과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악화된 실적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가 실제로 상반기 실적에 많은 영향을 줬다"며 “우량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매우 효과적이기에 라인업 다양화와 리뉴얼 등 소비자 니즈에 적합한 상품 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