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9월 30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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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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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해광업공단 황규연 사장 사표 수리…‘2.5조 자본잠식’ 해결사 찾는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09.30 15:15

산업부 30일자로 수리, 임추위 곧 사장 공모 나설 듯

자본잠식 2.5조, 석탄공사까지 통합할 경우 더 커져

자본 추가납입 방법밖에 없어 정치권 이해 협조 필요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광해광업공단 본사.

▲강원도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광해광업공단 본사.

국가 광물자원 확보 업무를 맡고 있는 광해광업공단이 곧 신임 사장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단은 수익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총부채가 8조원에 이르고 매년 수백억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어 자본 추가납입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임 사장에 전문성과 함께 정치력을 겸비한 리더가 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0일 자원업계에 따르면 황규연 한국광해광업공단 사장의 사표가 이날 소관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수리됐다.


황 사장 임기는 지난 9일부로 만료됐으나 공단 임원추천위원회의 차기 사장 공모가 늦어지면서 임기가 연장돼 왔다. 하지만 황 사장은 병가를 내고 쉬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 업무를 볼 수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기관장이 출석하는 국감도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어서 산업부도 어쩔 수 없이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보인다.


임추위의 차기 사장 공모가 늦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광해광업공단 사장을 맡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선때 캠프에 있었던 한 인사가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 같았으면 각 분야에서 서로 사장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이 치열했는데, 요즘엔 공단 재무상태가 열악해서 그런지 좀처럼 나서는 이가 없다고 들었다"며 “지금 절차에 착수해도 연말이나 돼야 선임되는데, 적임자를 못 찾으면 사장 공백기간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광해광업공단의 재무상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부채는 8조120억원으로, 자본총액을 넘어서 자본잠식 규모도 2조5422억원이나 된다.


사업 수익성도 떨어져 영업적자가 커지고 있다. 적자액은 2021년 374억원, 2022년 876억원, 2023년 1043억원으로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차입금이 7조6624억원에 달해 막대한 이자비용이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광해광업공단의 해외사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형국이다.


작년에 공단의 호주법인과 캐나다법인은 각각 76억원, 4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해외사업에서는 적자가 나고 있다. 작년 멕시코 볼레오 동광산사업의 당기순적자액은 2306억원이며,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사업 3872억원, 파나마 코브레 동광산법인 484억원, 서안맥슨신재료유한공사 20억원의 당기순적자가 발생했다.


누적 적자에 광물가격까지 내려가면서 볼레오광산과 서안맥슨신재료유한공사의 지분가치는 취득당시 각각 7281억원, 66억원에서 현재는 0원이며, 암바토비사업 지분가치도 취득당시 2조7588억원에서 현재 4800억원으로 급감했다.


더군다나 해외사업들은 현지 고용인력이 있고, 설비 유지도 해야 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 비용이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탄공사와의 통합문제도 있다. 석탄공사는 내년 6월까지 현재 보유 중인 가행광산을 모두 폐광할 예정인 가운데, 존속 인원과 업무를 위해 광해광업공단과 통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석탄공사도 총부채 2조5000억원에, 자본잠식 규모가 1조6427억원이라는 점이다. 두 기관이 그대로 통합하면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총부채만 10조5000억원이 넘는다.


수익성과 재무상태만 놓고 보면 공단의 모든 자산을 매각해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역할로 보자면 오히려 공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단은 2021년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합병해 새로 출범했다. 50년이 넘는 자원개발과 20년 가까운 광해관리의 역량과 정보를 갖고 있어 이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를 자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차기 사장에 국내외 자원 상황을 어느 정도 알면서도 정치권에 힘을 쓸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이 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공단의 가장 큰 문제는 부채규모다. 8조원이 넘고 이자비용만 수백억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수익도 없어 도저히 공단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자본 추가납입 방법밖에 없는데 그러려면 정치권의 이해와 협조가 필수적이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현재 그보다 더 필요한 덕목은 정치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 국가이고, 글로벌 공급망 갈등이 커지고 있어 국가 자원확보 업무를 맡고 있는 공단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공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빨리 부채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침체된 조직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참신한 리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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