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조치를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규모 등 세부 사항이 부족해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잇단 경기부양책에 동원된 국유은행을 돕기 위해 특별 국채를 발행하고 지방정부에도 유휴 토지와 미분양 주택 매입을 위한 특별채권 발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발행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블룸버그통신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중국이 디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며 “경제를 성장 궤도로 올려두기 위해 소비 확대가 필수적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번 발표에선 중국이 절박함을 느꼈다는 신호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의 재클린 롱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소비 진작책이 매우 약해 보인다"며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양대 문제인 디플레이션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거나 바닥에 도달했다고 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도 “경기부양책 규모가 정확하게 나오길 바랐던 투자자들에겐 실망스러웠다"고 전했다.
민간 펀드회사인 상하이 치우양 캐피털의 황 옌 매니저는 “정책 강도가 생각보다 약하다"며 “일정도, 규모도, 지출 관련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고 지적했다.
ANZ 중화권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레이먼드 영은 “이번 정책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괜찮지만, 시장은 더 많이 바란다"며 “모두 숫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이코노미스트 헤론 림은 “지방정부 지원은 지출을 확대하고 경제 활성화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구체적 수치가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완전히 확신이 들 때까지 한 걸음 물러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에서 약 2조위안(약 382조원) 규모 재정 정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국에선 지난달 말 정부의 경기 부양 노력에 관한 기대로 증시가 달아올랐으나 지난주엔 정책 강도가 충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며 온도가 다소 내려갔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경기부양이 시작된 이후 지난 8일까지 27% 뛰었으나 이후 사흘간 8.7% 내렸다.
HSBC의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드 노이만은 “구체적 수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검토, 투표를 거쳐서 이달 말에나 나올 수 있다"며 인내심을 가지라고 권고했다.
반면 중국의 장기적 변화에 관한 기대도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내티식스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는 “중국이 성장 모델의 균형을 바꾸려고 노력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하며, 이 작업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매튜스 아시아 펀드의 투자 전략가인 앤디 로스먼은 “시진핑 주석이 경제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신뢰 회복이 임박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한편, 13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4% 올랐다. 이는 로이터통신(+0.6%)과 블룸버그통신(+0.6%),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0.6%)의 예상치를 하회한 것이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에 비해 2.8% 떨어지면서 2016년 이후 최장 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PPI 하락폭은 로이터(-2.5%)와 블룸버그(-2.6%), 차이신(-2.5%)의 예상보다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