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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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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에 뒤처지고 불협화음 커지고…‘EU 존폐 위기설’ 가시화되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0.1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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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사진=로이터/연합)

“냉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유럽연합(EU)의 존폐 위기에 대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


과거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부채위기에 구원투수로 나섰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전 총재가 지난달 EU를 향해 이같이 경종을 울렸다. EU의 글로벌 경쟁력이 실존적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EU가 미국,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선 연간 7500억~8000억 유로에 달하는 신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재 EU를 둘러싼 대내외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5공화국 역사상 네 번째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정부)가 지난달 탄생했고 독일에선 폭스바겐이 87년 역사 최초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심장인 독일에서 폭스바겐이 공장 문을 닫는 건 저물어가는 유럽의 시대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이런 와중에 EU는 규제에 집착한 나머지 미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유럽에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사건들이 맞물리자 EU가 응집력 있고 역동적인 경제 블록이란 지위가 실추되는 것은 물론 중국의 대(對)EU 정책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이어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는 미국의 미래 행정부 등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마저 떨어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1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오랜 기간 동안 지속돼왔던 저조한 성장을 더이상 멈출 수 없다는 증거들이 계속 드러나자 EU의 존폐가 전환점에 빠른 속도로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분석한 결과, EU가 지금까지 미국과 비슷한 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면 유로존 경제는 1999년 유로화 도입 후 약 3조 유로 더 커졌을 것으로 추산됐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정책 싱크탱크 브뤼겔의 건트람 올프 선임 연구원은 “지정학적 강국이 되고 싶다면 경제의 힘이 핵심 요소"라며 “유럽은 여전히 부유하지만 지난 20년간 생산성 성장은 재앙적이었고 이러한 격차는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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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ECB 전 총재(사진=로이터/연합)

이처럼 EU의 경쟁력이 갈수록 둔화하는 배경엔 기후 대응, 인구구조 변화, 포스트 산업화 시대로의 전환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전 대통령은 “이 세계에 매우 극적이고 깊은 변화가 따르고 있지만 우리는 너무 느리기 때문에 올바르게 대응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코스티스 하치다키스 그리스 재무장관도 지난달 인터뷰에서 “유럽이 주요 무역 파트너인 미국과 중국에 뒤처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성장 둔화의 문제는 EU만 겪고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디플레이션 우려는 커지고 있고 미국의 경우 대선 결과에 따라 공공지출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의사결정이 명확하며 차세대 기술 등에 대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자본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유럽에선 모두 불가능하다는 게 블룸버그의 지적이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과 생산성 둔화로 이어지는 것을 넘어 유럽 전체에 대한 신뢰성마저 저하될 수 있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핵심 국가의 관리들은 EU를 번영과 보호의 원천이 아닌 극복해야 할 장애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EU는 여러 회원국이 모인 특성상 특정 회원국의 거부권 행사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거나 아예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이달초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최고 45.3%의 관세를 부과하는 확정관세안 표결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10개국은 찬성했고 독일과 헝가리 등 5개국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런 와중에 브루노 르 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자본시장동맹(CMU)에 대한 EU의 진전이 느리자 소수의 국가로만 우선 출범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올해 초 피력한 바 있다. 폴란드의 경우 국방 분야에서 프랑스와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고 EU에 가장 친화적인 국가이자 중국 전기차 확정관세안에 기권표를 던졌던 스페인은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는 “분열의 지정학은 정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EU의 대중국 전기차 관세에 대한 반발로, 중국은 본격 대응에 나설 조짐을 보인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8일 EU산 브랜디에 대한 임시 반덤핑 조치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지지하는 프랑스를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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