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가 물류비의 등락에 따라 울고웃고 있다. LG전자 등 대표적인 전자기업이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전자 뿐만 아니라 사성전자도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경험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해운 시장의 변동성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LG·삼성전자, 3분기 실적 좌우한 물류비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2조1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조22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LG전자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급등한 물류비와 마케팅비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해상운임의 급등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하반기 해상운임 비딩 결과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물류비 상승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형 가전제품을 주로 다루는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사업부는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상운임 변동성 심화…3만달러 고점 전망
실제 올해 들어 해상운임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5월 초부터 주요 무역 노선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극동에서 북유럽 노선의 운임이 4월 1일 이후 30% 상승해 5월 중순 기준 FEU당 43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대중국 제재,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선복량 조정 등이 꼽힌다.
특히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인한 선박 우회는 운송 시간 증가와 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전반적인 해운 비용을 상승시켰다.
또, 글로벌 무역량의 변화와 신규 선박 도입 계획 등도 해상운임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5년 초 중국 춘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컨테이너당 운임이 최대 3만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자업계와 같이 대형 제품을 주로 다루는 산업에서 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해상운임 상승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물류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이나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물류비 부담 지속…내년 하반기 개선 기대
한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모두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신규 선박 도입 등으로 해상운임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 선복량 증가율을 7.7%로 예상하고 있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무역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계는 당분간 물류비 변동에 따른 실적 등락을 겪을 것"이라며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유연한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