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이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당장의 요금 인상 폭이 크지 않아 두 기업 모두 감내할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업황에 따른 실적 차이로 인해 체감 부담은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24일 산업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된다. 기존 대비 kWh당 16.9원이 오르는 것이다. 산업용 요금은 계약전력 300kW 이상 고객에게 적용되는 요금제다.
실적호조 SK하이닉스, 추가부담에 '여유'
전기요금이 인상되면서 핵심 업종인 반도체 업계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려될 정도의 부담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SK하이닉스의 경우 전력 사용량은 2021년 1만921GWh에서 2022년 1만2083GWh로 1162GWh 증가했다. 약 10.64%의 증가율이다. 증가는 2022년부터 관련 수치에 해외 사업장의 전력 사용량을 합산한 영향이다.
이러한 증가율을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에 적용해 역산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은 1만2011GWh(120억1100만kWh)다. 이 수치의 약 90.4%가 국내 전력 사용량으로 추정된다. 이를 킬로와트시로 환산하면 108억5600만kWh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총 전력 사용량은 1만2011GWh(120억1100만kWh)다. SK하이닉스의 국내 전력 사용량은 약 1만856GWh로 추정할 수 있다.
이를 킬로와트시로 환산하면 108억5600만kWh다. 이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의 추가 전기요금 부담을 계산하면, 108억5600만kWh에 kWh당 인상분 16.9원을 곱한 약 1835억원이 된다. 이는 연간 기준이며, 분기로 환산하면 약 459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7조300억원에 달한다. 매출은 17조5731억원이다.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65%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로는 0.26%에 불과하다.
삼전, 연 3924억원…버거운 수준은 아니지만
사용량 기준으로는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의 부담이 더 클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 내 전력 사용량이 23,217GWh(232억 1700만kWh)로 SK하이닉스 국내 추정 사용량의 약 2.14배다. 이는 삼성전자의 국내 생산기지 규모가 더 크고, 생산제품군이 더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에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큰 부담이되는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전력 사용량을 킬로와트시 단위로 계산하면 232억1700만kWh며, 여기에 kWh당 인상분 16.9원을 곱하면 연간 약 3924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분기로 환산하면 981억원이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매출은 79조원,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 수준이다. 결국 전기 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8%에 그친다. 매출액 대비로는 0.12%에 불과하다.
전기요금은 반도체 기업의 대표적인 고정비용이다. 특히 반도체 생산 공정에서 전력은 필수적인 요소로, 업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다.
특히 AI 호황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와 달리,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실적 회복이 더딘 상황이어서 전기요금 인상의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향후 업황 변화에 따라 두 기업의 체감 부담은 더욱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의 전기요금 인상이 두 기업 모두 당장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2022년 이후 지속된 전기요금 인상의 누적 효과와 반도체 업황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향후 실적 흐름에 따라 기업이 체감하는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