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계열 보험사들이 3분기까지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높은 순이익 기여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연말부터 금융당국이 새 회계제도인 IFRS17의 제도개선에 나서면서 연간 실적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50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6% 증가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일부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제외하고 대부분 보험사가 실적개선을 이뤄낸 가운데 호실적의 공신은 CSM 성장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IFRS17 제도 아래에선 보장성보험 판매가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올해 보험사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일제히 건강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등의 판매에 열중했다.
손보사 중 1위를 차지한 KB손해보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74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했다. CSM은 9조3050억원으로 전분기(9조858억원) 대비 2.4% 증가했다.
NH농협생명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478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37% 증가했다. 보장성보험 판매 증가로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이 성장하면서 순익을 견인했다. 농협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 열풍이 불었던 1분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이후 건강보험 상품 판매에 매진해 신계약 CSM을 확보했다. 3분기에만 신계약 CSM으로 1459억원을 확보했고 3분기 누적 7226억원을 기록했다.
지주계 생명보험사 중 실적 1위를 차지한 신한라이프는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전년 대비 9.2% 늘어난 467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CSM은 7조303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2030억원) 대비 2.4% 줄었다.
이같은 선전에 보험사들의 금융지주 기여도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KB손해보험은 호실적 달성으로 KB금융 비은행 계열사 중 순익 기여도 1위를 차지했다. 농협생명은 농협금융의 비은행 계열 손익비중이 전분기보다 5%p 가량 증가한 39.6%를 기록했다.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KB금융(약 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IFRS17과 관련해 규제의 정교화에 나선 데다 기준금리 인하를 앞둔 시점에 도달해 내년 발표될 연간실적상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지급여력 해지위험액 정교화와 재무정보 공시 확대를 올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지난 4일 진행한 제4차 보험개혁회의 논의 결과 표준형 상품과 구분해 무·저해지상품의 해지위험을 분리 산출하고, 해지 시 순자산이 증가하는 상품의 경우 해지율 감소 충격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무·저해지상품은 일반적인 표준형 상품과는 해지위험의 방향이 달라 현행 방식은 위험액이 과소산출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제도 변경 후 연말 이후부터는 보험사가 추정하는 해지율보다 낮은 수치가 적용됨으로써 수익성이 악화되고, 보험사 건전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단 관측이다.
CSM이 이익의 원천이자 건전성 관리 수단으로 부각되어 온 만큼 CSM과 관련한 상품 판매에 집중해 온 보험사들의 경우 연말 성적이 예상과는 달리 흘러갈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 경쟁 등 장기 리스크가 내재된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의 경쟁이 과열된 바 있다.
금리인하도 여러 방면에서 악재다. 보험사들이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IFRS17 기준에 따라 보험부채는 시가로 평가되는데, 금리인하 시 할인율이 줄어 보험부채가 증가해 보험사들의 부담이 커진다.
아울러 보험사 체급별 뚜렷한 체력 비교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당국은 보험부채 현황을 포트폴리오 단위로 세분화해 보험부채 세부 현황과 변동, 최적가정 등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계리가정을 제각각 취하고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무·저해지 상품에서 비롯된 손실률이 보다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무·저해지 상품 판매에 집중한 보험사들은 크게 조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금리인하로 인해 보험료가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면 마케팅에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