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5대 손해보험사가 올해 3분기까지 7조원에 달하는 당기순이익을 나타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다만 급등 중인 손해율과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적용 시 연간 실적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6조723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8% 증가한 금액으로, 5대 손보사가 모두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나타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1조866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3.8% 증가했다. 보험손익 1조3339억원, 투자이익으로 2조986억원을 각각 기록한 결과다.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의 순익 규모도 늘어나며 2위 쟁탈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다. DB손해보험은 1조57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7% 증가했고 메리츠화재는 1조49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2% 늘어난 순이익을 기록했다. 누적 기준 DB손보가 더 높은 이익을 시현했지만 분기 기준으로는 메리츠화재(4951억원)가 DB손보(4539억원)를 앞질렀다. 손보사 빅5인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각각 1조464억원, 74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손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 행렬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실적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중심 포트폴리오 구성과 판매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릴 수 있는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관리된 장기보험 손해율 등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에서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는 보험사의 핵심 수익지표로 여겨지는 CSM 확보에 유리하다.
다만 연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보험과 일반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어 업계 수익성을 위협하는데다 무·저해지보험 해약률 가정 적용에 따른 건전성 변동성이 회사마다 상이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저해지 상품 해지율 등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 결산부터 반영된다. 이와 더불어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손익도 전체 실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자동차보험 손해율과 실손 보험 비급여 항목의 손실 확대는 해당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의 경우 실적이 크게 악화할 수 있다.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 4개 손보사(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6.6%를 기록했다. 통상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로 여겨진다.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로그-선형' 원칙모형에 따라 무·저해지보험 해약률을 가정할 경우, 손보사들은 해약률 예상치를 낮춤으로써 수익성 지표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또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에 따라 엇갈릴 전망이다. 최근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삼성화재, 메리츠화재 등은 CSM과 킥스 하락폭이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IFRS17 개선안을 적용할 경우 보험사 전체 평균 킥스가 올해 상반기말(217.3%) 대비 약 20%p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저해지 보험 가이드라인 등으로 요구자본 증가와 보험계약마진(CSM) 감소가 예상된다"며 “내년 보험사의 최대 화두는 신계약이나 실적이 아닌 킥스 관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금융당국의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모형 반영에 따라 보험사들의 연간 실적 향방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보험업종 합산이익이 올해 전망치 대비 감소할 것"이라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해 자동차보험 수익이 감소하고, 장기보험 이익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