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내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성공할 경우 거주민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도시 경쟁력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절된 도시가 이어지고 소외된 곳들이 개발되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엄청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관건이다. 철도 지하화 주요 거점들을 직접 찾아가 현장의 반응과 실태, 예상되는 개발 효과와 풀어야할 숙제 등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주]
주거지역 위치한 서빙고역, 지상철도 고충 심해
철도지하화와 공원 개발로 상권 발전 가능성 충분
“서빙고동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라 서울 내 '핫플레이스'들과는 다르게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하지만 지하화되고 용산공원 반환부지가 개발되면 지역 내 상권이 생기고 오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성수동과 같이 '젊음의 거리'가 될 수 있다."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앞에서 만난 한 지역 주민의 말이다. 서울숲 개발이 성동구 성수동을 서울 중심 상권으로 만들었듯,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과 서빙고역 지하화가 서빙고동을 도시 내 중심지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었다.
이날 찾아가 본 서빙고역 일대는 현재 서울 내 그 어느 지역보다도 조용한 주거지였다. 역 주변에는 카페, 식당 등 몇몇 가게들이 문을 열고 있었지만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여타 상권과 비교하면 인적이 드물어 한산할 정도였다.
그러나 서빙고역 일대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역과 바로 인접해 있어 입지가 매우 좋다. 특히 철로 지하화의 중심지다. 철도 노선을 보면 서빙고역을 중심으로 크게 서울시의 지하화 사업 대상인 경부선 일대 34.7㎞와 경원선 일대 32.9㎞로 나뉜다. 여기에 더해 용산 미군기지 부지 반환으로 정부가 2020년 부분 개방한 용산공원 반환부지가 1번 출구 맞은편에 위치해 있다.
서빙고역은 1·2번 출구로 나뉘는데, 1번 출구 앞에는 대로변이 위치해 지상철도 소음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1번 출구 인근 한 상인은 “지상철도 소음이 거슬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상권이 조성돼있지 않아 방문객들은 지역 주민들뿐이다. 서빙고역 지하화와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이 빨리 이뤄져 상권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파트가 위치한 2번 출구 방면은 조용한 지역 환경 때문에 지상철도 소음이 더욱 두드러졌다. 2번 출구 방면이 철도 지하화에 따른 소음·진동 감소 등 수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볼 것으로 여겨졌다.
현재 지상 높이 위치한 서빙고역 때문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빙고역에서 만난 승객들은 대부분 노인들이었는데 역사에서 밖으로 나가려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에스컬레이터도 어디에 있는 지 보이지 않았고 노인 및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한 대씩만 설치돼 있어 쉽게 찾기 어렵고 이를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이날 만난 70대 서빙고역 이용객은 “서빙고역 인근에 오랫동안 거주했는데, 동네가 조용하기 때문에 지상철도 소음이 신경 쓰일 때가 있다"며 “무엇보다 역을 이용할 때 계단을 오르는 것이 불편해 하루빨리 지하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향후 서빙고역이 지하화된다면 재건축 사업과 맞물려 지역 내 아파트값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서빙고역 2번 출구와 이어지는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는 지난 8월 신속통합기획을 통한 재건축 사업을 확정지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신동아아파트 95㎡는 다음달인 9월 28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직전 최고가는 6월 기록된 25억8000만원이었다.
서빙고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서빙고역과 붙어있는 신동아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확정되면서 가치가 많이 올랐는데, 철도지하화 사업이 진행되며 주변에 대형 상권이 조성된다면 지역 가치는 더욱 오를 것"이라며 “서울 내 중심지인 용산구에 위치해 향후 대형 상권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철도지하화와 용산공원 반환부지 개발은 상권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