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으로 맞서면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주주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법 개정을 놓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상법 개정의 주요 골자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상법 개정이 논의된 데는 소액주주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 사례들이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최근 중복 상장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오스코텍 사례가 대표적이다.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 상장 철회를 위해 주주활동을 적극 전개해나가고 있다. 주주연대는 이달 중으로 상장 반대 동의서를 받아 한국거래소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이달 중순부터 거래소 앞에서 시위도 강행할 방침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에 모인 오스코텍 소액주주는 이날 기준 총 1564명으로 지분율은 13.49%(516만858주)에 달한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이 최근 국내 개발 항암제 중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원천을 보유한 기업이다. 오스코텍은 유한양행과 렉라자 마일스톤을 6대 4로 계약했는데 이 수익은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와 2대 2로 나눠 갖는 구조다. 하지만 오스코텍이 지난달 22일 제노스코의 기업공개(IPO)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졌다.
주주연대 측은 제노스코 상장은 사실상 쪼개기 상장(물적분할)으로 제노스코가 상장하게 되면 오스코텍의 자산 가치는 희석돼 주가도 하락하고 기업가치가 떨어지게 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제노스코 상장 예비심사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오스코텍 주가는 약 한달 새 40% 넘게 하락했다.
최영갑 오스코텍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자회사가 중복상장하는 경우 더블카운팅에 따른 모(母)기업의 주가 하락은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제노스코의 상장 예비심사 신청에 대해 기존 주주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물적분할을 통한 중복상장은 과거에도 수차례 논란이 됐다. 카카오페이, SK바이오사이언스,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등이 모회사와 함께 상장된 것이 주요 사례다.
이처럼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늘어나자 민주당은 주주 보호 방안으로 상법 개정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이 이에 반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주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당정은 기업과 시장의 강력한 건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상장 기업의 인수 합병 과정 등에 선량한 소액 일반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상법 개정 필요성을 피력해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법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원장은 지난 28일 은행지주 이사회와의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며 “현재 경제상황이 엄중한데 지나치게 소모적인 방식보다는 다수의 이해 관계자가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상법 개정을 통한 주주 권익 보호를 염원했던 만큼 상법 개정을 둘러싼 공방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업 거버넌스 구조 개선을 촉구해온 금투업계 관계자들도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최준철 VIP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28일 상법 개정 완수 촉구 성명 발표 자리에서 “상법을 개정하면 주주의 소송 남발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은 가정"이라며 “상법 개정은 예방 차원에서 주주들을 보호하고 행동주의펀드 입장에서도 좀 더 편하게 투자하기 위한 방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도 “상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는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며 “거수기 역할만 하는 이사회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