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며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적 리스크까지 가중되면서 환율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410.1원으로 전거래일 종가(1402.9원) 대비 7.2원 올랐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에 거래가 시작됐다. 오전 2시 종가(1425원)에 비해서는 6.9원 하락했다. 환율은 장 초반 요동치다가 1410원대 안팎을 오가는 수준을 유지하면서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전날 오후 10시 30분께부터 빠르게 상승해 이날 오전 12시20분께 1442.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이 통화 긴축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던 2022년 10월 25일 1444.2원을 기록한 후 2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안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고, 오전 4시 26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며 환율은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까지 가중되며 환율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확정 후 강달러 현상으로 환율은 1400원을 돌파하며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강화 등의 금융 정책은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엄령 발표에 따른 한국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치적 불안감이 더해지며 원화 가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화 투심이 약화되고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심해지며 환율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외환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환율이 145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신인도가 낮아지고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계엄령 책임을 둘러싼 대통령 탄핵 움직임 등을 고려하면 정치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가뜩이나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리스크 등으로 국내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은 국내 신인도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외국인·국내 자금 동반 이탈 현상 등이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정치 불안 장기화는 내수 부진 현상을 심화시키고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을 더욱 가중시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기적으로 환율 상단을 1450원 수준까지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 하단이 1400원대에서 높게 지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4일) 환율은 간밤의 상승폭을 일부 반납하는데 그쳐 단기 저항선으로 인식됐던 1410원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당분간 이번 비상계엄 선언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탄핵 등이 거론되며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질 것"이라며 “높은 불확실성에 남은 12월 환율 상단 범위를 1380~1440원으로 높게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석중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엄령이) 하루밤 사이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나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정치 불확실성을 회피하기 위한 자금 이탈 압력은 잔존한다"며 “정황상 향후 탄핵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보이며, 이 과정에서 정치 불확실성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