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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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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부른 ‘금(金) 식탁’…식후 커피·디저트도 사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05 14:23

폭염·가뭄 이어져 3년 전 대비 올리브유 5배 이상 뛰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국내 디저트류 식품 가격도 인상

“스마트팜 기술 도입·대체 식품 개발 위한 투자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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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디저트.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전 세계 주요 농작물 생산에 큰 타격을 주며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올리브유, 커피 원두, 코코아, 설탕 등 디저트의 주요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식후 커피 한 잔과 초콜릿 디저트도 사치로 여겨질 만큼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은 세계 올리브유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국이다. 하지만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2023년 올리브유 생산량이 평년 대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그 결과, 올리브유 가격은 지난해보다 무려 80%나 상승했다. 2024년 1분기 올리브유 가격은 톤당 1만88달러로, 불과 3년 전보다 다섯 배 이상 뛰었다.


커피 원두 역시 가뭄의 여파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커피 수출 1, 2위 국가인 브라질과 베트남의 가뭄은 커피 생산량을 크게 줄이며 가격 상승을 일으켰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 기준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2022년 톤당 2172달러에서 2024년 5월 기준 3432달러로, 아라비카 원두도 2021년 4월 톤당 3000달러 이하였지만, 2024년 5월 10일 기준 톤당 4435달러로 올랐다.


코코아와 설탕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서아프리카의 이상기후로 코코아 생산이 줄며 초콜릿의 주요 원재료인 코코아 가격은 지난해 초 톤당 약 2600달러 수준에서 올해 11월 현재 톤당 약 3200달러로 올랐다.


설탕 역시 주요 생산지인 인도와 태국에서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2024년 초 국제 설탕 가격은 1년 전보다 약 45% 올랐다.




밀 가격 또한 전 세계 이상기후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2024년 1분기 톤당 500달러를 돌파하며 2년 전보다 약 30% 상승했다. 밀은 빵, 면, 과자 등 다양한 식품의 기본 재료로 사용돼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은 국내 디저트류 식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오리온은 12월 1일부터 초콜릿이 포함된 과자 13종의 가격을 평균 10.6% 인상했으며, 해태제과는 같은 날 10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6% 올렸다. 롯데웰푸드와 동서식품 등 주요 업체들도 올해 초부터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스페인의 올리브유 생산량 감소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브라질과 베트남의 커피 생산 감소는 국내 커피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고 있고 인도와 태국의 설탕 생산 감소와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생산 차질은 초콜릿과 과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후위기로 농작물 생산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면서 농업 시스템 안정화, 대체 품목 개발 등 적극적인 기후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홍 교수는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 도입을 통한 생산 효율성 향상과 기후변화에 강한 작물 품종 개발이 중요하다"며 “열대 과일이나 인공육 등 대체 식품 개발도 중장기적으로 필요하고, 정부 차원에서 농업 시스템의 안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국민 소비 습관의 변화도 불가피하다"며 “앞으로 20~30년 내에 전통적인 작물 소비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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