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두번째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의 계파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중심으로 친한계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친윤계인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 및 중진 의원들은 탄핵 부결 당론을 유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13일 국회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의원 191명이 발의한 탄핵안이 이날 오후 2시5분께 본회의에 보고됐다. 이번 탄핵안은 지난 4일 제출돼 7일 본회의에서 투표 정족수(200명) 미달로 폐기된 1차 탄핵안과 달리 비상계엄의 위헌, 위법성에 집중하는 한편 최근 잇딴 증언으로 사실로 밝혀진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를 탄핵 사유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과 대선 여론조사 논란, 가치 외교, 재의요구권 남용 등 다른 사유는 제외됐다.
이 탄핵안은 보고 후 24시간에서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진다. 야당들은 내일(14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 재적의원(300명)의 3분의2(200명)가 찬성해야 한다. 현재 야권 의원 192명 이외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7명이 투표 참여 및 찬성 의사를 밝힌 상태다. 앞으로 1명 이상의 국민의힘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2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 참여를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어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내부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당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어 기존의 '반대' 당론 유지 및 표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비윤, 친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투표 참여 및 찬성 의사 표시가 속출하고 있다. 예컨대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탄핵 찬성'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 2차 탄핵안 표결 본회의 전까지 이틀간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김 의원은 기자들에게 “지금은 당론보다 중요한 것이 국민과 국가다. 동료 의원들께서도 당론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본인의 양심에 따라 나서주길 바란다"며 “욕을 먹고 외톨이가 되고 경우에 따라 당에서 쫓겨나는 한이 있더라도 제가 해야 할 역할은 이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와 친윤계 의원들은 지난 12일 오전 의원총회에서는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 당론 채택을 제안했다.
반면 친윤계에선 여전히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다. 윤상현 의원은 1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글을 올려 “대통령에 대한 법적 절차나 조사도 없이 왜 지금 우리 스스로 대통령을 먼저 단죄하고 끌어내리려 하나"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당의 자중지란이 떠오른다. 지금은 성급한 결정을 자제하고 삼사일언·삼사일행(三思一言 三思一行·언행에 신중)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도 “책임질 것은 책임지되 비굴해져서는 안 된다. 자기 혼자 살아남기 위해 비굴한 배신자가 되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야당에선 찬성 표결을 거세게 압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부디 내일은 탄핵 찬성 표결에 동참해달라. 역사가 여러분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라며 “국회의원은 여야·진보·보수를 떠나 헌법을 준수하고 주권자 명령에 따라야 할 책무가 있다.여러분이 지켜야 할 것은 윤석열도, 국민의힘도 아닌, 추운 거리에서 울부짖는 국민의 삶"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전날 대법원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비례대표 의석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행정 절차가 마무리돼 백선희 의원으로 승계가 완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