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19일 롯데케미칼 사채권자 집회를 계기로 유동성 우려를 완전히 털어내겠다는 포부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와 관련한 재무 특약을 완전히 삭제해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다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재무 특약조건 미준수 사유 발생에 대한 협의를 위해 19일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한다. 이날 집회에서는 계약 변경 혹은 EOD 선언 여부 등에 대한 의사결정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롯데케미칼은 이미 발행된 일부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회사채는 특약 상 3년 동안 이자비용보다 '현금창출능력(EBITDA)'이 5배 이상이라는 재무관리 지표를 유지했어야 하는데, 지난 9월 말 기준 해당 지표가 4.3배를 기록해 유지에 실패했다. 해당 특약이 적용된 회사채는 2조450억원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하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권리가 발생한다. 이 경우 회사채 투자자들이 롯데케미칼에 회사채 만기 이전에 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다만 투자자들이 EOD를 선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롯데그룹은 시중은행 4곳과 롯데케미칼 회사채 신용보강을 위해 약 2조5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롯데케미칼 회사채는 원리금을 시중은행들이 보장하게 되면서 사실상 부지급 가능성이 없는 채권으로 변경됐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 타워를 시중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이번 사채권자 집회에서 재무지표 관리 특약사항 삭제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서는 기존 특약사항을 유지하되 유예기간을 갖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나 향후 화학업황이 좋지 않은데다 미래에 또다시 EOD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아예 특약을 삭제해 리스크를 제거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은행의 확실한 신용보강으로 사채권자의 90% 이상이 서면 혹은 구두로 이미 특약사항 삭제 안건에 동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은행이 만기까지 원금 뿐 아니라 이자까지 보장해 주는 조항에다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채권자도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채권자 입장에서 동의를 안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집회를 무사히 마무리한다면 롯데그룹의 유동성 위기설도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앞서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이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이 4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 가용 예금도 15조4000억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