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전반적으로 금융안정 상황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중장기 금융취약성은 점차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준금리 인하 이후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자산가격이 오르고, 가계대출 증가, 금융불균형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기 금융불균형 확대, 위험선호에 따른 수익률 추구 등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리 인하기 금융안정 측면에서 금융여건 완화의 긍정적인 영향은 초기부터 빠르게 나타나는 반면, 경제주체 수익추구에 따른 위험선호 강화, 민간신용 축적 등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장기간에 걸쳐 누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은 “이러한 금융여건 완화의 단기적 편익과 장기적 리스크 간에 상충 관계는 금융여건 완화 초기부터 금융안정 잠재리스크에 대해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금리인하 국면에서는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부문이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우리나라 기준금리 인하기는 2012년 3분기~2017년 3분기(1차), 2019년 3분기~2021년 2분기(2차) 등 크게 두 차례 있었다. 다만 2차 금리 인하기는 팬데믹 등 글로벌 요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를 1.75%에서 0.5%로 크게 인하했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 이에 한국은행은 현재와 유사한 경제여건, 금리 수준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1차 금리 인하기를 중심으로 과거 금융안정 상황 변화를 살펴봤다.
우선 중장기 관점에서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를 보면, 기준금리 인하는 시차를 두고 금융취약성을 누증시키는 경향이 있었다. 금리 인하기에 차입 여건이 개선되면서 가계대출이 늘고,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부동산으로 유입돼 주택거래대금 규모가 증가하는 등 주택거래도 활발한 모습이었다.
특히 기업대출의 경우 금리 인하기에 부동산업 등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문으로 대출집중도가 높아졌다. 금리 인하기 동안 산업별 대출집중도는 부동산업의 경우 1.77에서 2.46으로, 숙박음식업은 1.60에서 1.90으로 각각 올랐다. 해당 수치는 기업대출의 산업별 비중을 산업별 국내총생산(GDP) 비중과 비교하는 지표로, 특정 산업에 대한 대출집중도가 1보다 크면 해당 산업의 GDP 비중보다 많은 대출이 유입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종합해볼 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단기 금융여건을 완화하고, 실물경기의 하방 압력을 축소하면서 전반적으로 금융안정 상황을 개선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중장기 금융취약성은 점차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금리 인하는 경제주체의 자금조달 여건, 채무상환능력,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등을 개선해 금융불안 요인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위험선호에 따른 자산가격 상승, 가계대출 증가, 금융불균형 확대 등 중장기적 금융안정 취약성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여건 완화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거시건전성 규제를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고 한은은 제언했다.
한은은 “금융여건 완화에 따른 신용 경계감 완화, 수익 추구 강화 등은 금리 인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수익추구 행태는 금융 및 외환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비전통 금융상품 등의 리스크 조기 식별 등을 통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중장기 금융안정의 잠재리스크 방지를 위해 정책당국 간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