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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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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해외 자금조달 우려 커졌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30 14:34

글로벌 금융사, 고려아연 보증선 대출 심사 장기간 고민

자회사 맥킨타이어 내년 3월 3751억 상환 불투명해져

경영권 분쟁 해소안되면 고려아연 해외 사업 타격 우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발생시킨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글로벌 금융기관이 고려아연과 그 자회사에 대한 대출 심사를 장기간 고민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 고려아연의 해외 사업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자회사에 대여한 자금 조기상환 지연…고려아연 보증 대출 심사 장기화

30일 고려아연은 자회사 아크에너지 맥킨타이어(Ark Energy Macintyre)에 대여한 4억1410만 호주달러(한화 3751억원)의 자금 상환이 지연되고 있다. 당초 지난달 상환하기로 했으나 최근에는 내년 3월 말까지 돌려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맥킨타이어는 6700억원을 투입해 호주 퀸즐랜드주에 건설 중인 풍력발전소 지분 30%를 확보했다. 글로벌 환경 규제 흐름에 발맞춰 고려아연의 자회사가 친환경 사업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맥킨타이어에 풍력발전소 투자에 필요한 자금 일부를 대여했다.


이후 고려아연은 지난 10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거치면서 이 대여금을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공개매수의 재원 대부분을 차입금으로 마련했기에, 대여금을 받아 금융기관 차입금을 먼저 갚아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분석됐다.


고려아연에 대여금을 반환해야하는 자회사 맥킨타이어는 대신 호주 현지 은행으로부터 유사한 규모의 대출을 받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맥킨타이어의 대출 심사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내년 3월까지 길게는 3개월이나 더 필요하게 됐다. 대출이 지연되면서 고려아연도 대여금을 상환받는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




고려아연 측은 MBK·영풍이 발생시킨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돼 호주 현지 은행의 대출 심사가 까다로워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이 맥킨타이어의 채무보증을 서는 구조인데, 보증을 맡은 고려아연에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돼 장기간 심사가 필요한 상황으로 분석된다.


◇경영권 분쟁 서서히 구체화…해외자금 조달 우려 커지고 재무상태 악화

재계에서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서서히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을 즉시 파악하기 어려운 해외 금융기관이 고려아연을 다소 기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고려아연 및 그 자회사가 진행하는 해외사업에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아직 크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44.6%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기 이전이었던 지난해 9월 말 25% 대비 19.6%포인트(p) 악화됐다.


고려아연의 총차입금도 지난해 9월 말 9816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4646억원으로 1년 만에 2.5배 이상 늘었다. 경영권 분쟁이 극에 달했던 올해 4분기에는 부채비율 등이 더욱 크게 악화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도 이를 우려해 경영권 분쟁의 와중에서도 재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7.25%(543만6380주)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해 1520억원을 확보한 것도 리스크 관리의 일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영권 분쟁 탓에 이전만큼 재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근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불확실성 우려로 호주 현지 은행의 심사가 길어지면서 재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계열사에 대여한 자금을 돌려받는 일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회사의 재무 리스크가 그동안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기에,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다소 악화되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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