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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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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여객기 ‘충돌, 충돌, 충돌’…세 번의 충격이 피해 키웠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4.12.30 12:06

1차로 조류 충돌, 2차로 동체 충돌, 3차로 콘크리트구조물 충돌

엔진-랜딩기어 이상으로 이어진 듯…외국 전문가들 콘크리트구조물 ‘주목’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무안국제공항에서의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가 원인이 돼 동체착륙 후 콘크리트 구조물 충격에 따른 여파로 피해가 컷 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조류충돌 동체착륙에 따른 활주로 충돌 그리고 콘크리트 구조물 충돌 등 세번의 충격이 인명피해를 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손상된 블랙박스 분석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겠지만, 기체결함이나 조종사의 과실 가능성 그리고 무리한 운항 스케쥴 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30일 국토교통부 등 항공당국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피해가 컷던 이유로 이같은 세가지 이유가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사고 여객기인 제주항공 7C2216편은 착륙하는 과정에서 크게 세 차례 충격을 겪었다. 1차로 버드스트라이크다. 이는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즉 조류가 비행기 기체 및 엔진과 충돌하면서 엔진에 이상이 생겼고, 이에 따라 비행기 제어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격에 의해 연료 누수와 화재 또 폭발로 승객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아 어쩔 수 없이 긴박하게 동체착륙을 시도할 수 밖에 없었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기 엔진 2개 모두 이상이 있을때 이른바 보조동력장치(APU)가 작동되기 전까지 항공기 내 전자기기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유압펌프와 전기계통으로 작동하는 랜딩기어가 말을 듣지 않게 돼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아예 유압펌프 시스템이 고장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랜딩기어의 경우 자동 작동이 안되더라도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20~30초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마저도 작동이 안됐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조종사가 랜딩기어 제어를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엔진고장과 랜딩기어는 일반적으로 상호 연동되는 경우가 없다고 국토교통부가 전날 밝혔듯이 다른 어떤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는 곧 기체결함으로 논리가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기 기령이 15년 정도면 비교적 새 비행기에 해당된다"며 “기체 노령화 보다는 자체 정비나 보수에 있어 문제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길 휩싸인 여객기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치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무엇보다 동체착륙에 따른 콘크리트 구조물 충돌이 피해를 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호주 브리즈번의 항공컨설팅 업체 에이비에이션 프로젝츠 이사 키스 톤킨은 뉴욕타임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체가 활주로에서 빠른 속도로 미끄러진 것이 사고기의 날개플랩(덮개)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동체착륙이 이뤄진 점이 피해의 1차적 이유로 보는 것이다.


특히 구조물과의 충돌이 컷다. 구조물은 공항의 활주로 진입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인데, 이 로컬라이저가 지상 위로 돌출되지 않았다면 사고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속의 사고기가 로컬라이저에 올라타며 동체가 분리됐고, 결국 폭발에 따른 화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로컬라이저가 금속 형태가 아닌 콘크리트의 돌출 구조로 만들어지는 것은 매우 드물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나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국제 규정을 위반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활주로 길이가 사고를 키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로 국내 공항 중 소형에 속한다.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 김해공항(3200m) 등에 비해 짧지만, 다른 국제공항인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 길다. 하지만 내년까지 진행 예정이던 활주로 연장 공사 관계로 약 300m가량이 이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총길이가 약 2500m인 셈이다.


랜딩기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동체착륙을 한다면 활주로 길이가 길면 길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동체착륙의 경우 항공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활주로 끝단까지 가는 경우가 많기에 그 길이가 길면 길수록 다른 물체와의 충돌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토부도 짧은 활주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고 기종인 B737-800은 1500∼1600m의 활주로에도 충분히 착륙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다른 항공기도 문제 없이 운행해 왔기에 활주로 길이를 사고 원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공항은 비행 수요와 항공기 크기와 무게 등을 고려해 활주로 길이와 강도를 결정하기에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마냥 길게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제주항공 참사 합동분향소 조문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분향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체결함·조종사 과실 등 다른 사고원인 가능성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조류 충돌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다른 엔진과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점은 의문이며, 이에 따라 기체결함 여부도 사고 원인의 하나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제주항공의 무리한 운항 스케줄이 기능 저하와 결함을 불렀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외에 공항이 철새 도래지에 건설했어야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무안공항 주변에는 현경면·운남면, 무안·목포 해안, 무안저수지 등 철새 도래지 3곳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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