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에 美 주식 보관액 사상 최고치
위탁매매 이익증가분 95%는 초대형사 차지
대형·중소는 오히려 뒷걸음…올해 심화 우려
지난해 '서학개미' 투자 열풍에 국내 증권사들의 양극화가 짙어졌다. 이런 현상은 올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연초부터 12월24일까지 미국 주식을 109억8769만 달러(16조171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보관액은 1175억9650만 달러(173조785억원)로 연초(673억696만 달러)보다 74.6% 늘었다. 보관액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건 작년이 처음이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거래가 급증하며 국내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다만 수익배분 비율을 보면 초대형 증권사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시장점유율의 90% 이상을 초대형 증권사 7개사와 개인 주식거래에 특화된 토스증권이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주식을 다루는 증권사가 28곳이라는 점을 적용하면 집중도가 상당히 높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증가분 3770억원 중 77%를 점유율 상위 초대형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신한·키움)가 가져갔다.
국내·외 위탁거래 수익과 비용이 함께 반영된 위탁매매부문 손익으로 보면, 국내증권사 전체 실적은 2098억원이 증가했는데 이 중 초대형사가 이익증가분의 95%(1999억원)를 차지했다.
반면 대신, 교보, 한화 등 대형사 9곳은 전년 동기 대비 325억원 감소했고, 유진, DB, LS 등 중소형사 9곳은 237억원 감소했다. 초대형사를 제외한 증권사들에는 해외주식 머니무브의 수혜가 거의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당선에 美로의 머니무브 가속화...“수익다각화 필요"
올해도 개인의 해외주식 거래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주식 위탁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수익 격차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우선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불안한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불만족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 등 미국의 자국 기업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이긴 직후인 지난해 11월 국내 증권사의 외화증권 거래대금은 8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 증시 거래대금의 약 25% 수준에 해당되는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해외주식 위탁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와 그렇지 않은 증권사 간 수익 격차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예견도 나온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2022~2023년간 부진했던 국내증권사 실적이 2024년 들어 회복세를 보였으나, 초대형사와 그 외 증권사 간 회복 수준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증시 호황의 수혜 정도와 수익구조에 따라 실적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당분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 연구원은 “다만 위탁매매 상위 경쟁지위를 점하고 있는 초대형사들도 외화증권 거래시장의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미래 기대수익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어 수익구조 다각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