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에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등의 문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이어가야 할지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현재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단절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당이 윤 대통령을 '방탄'한다고 보여서도 안 되고, 대통령을 버렸다고 보여서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이런 태도는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관저 앞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반응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한 윤 대통령의 편지를 두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 당직자는 “편지에 대한 해석이 의원들마다 다른 것 같다"라고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문제에 대해선 잇따라 입장을 내놓았다. 체포영장 청구·발부·집행이 공수처와 법원의 월권이라고 했고, 헌법재판관 임명과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을 두고선 위헌적 요소가 있을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체포, 탄핵 심판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이 윤 대통령 개인을 비호하거나 계엄을 옹호하는 차원은 아니라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공수처의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 지키기가 아니다. 법질서, 법치주의, 대한민국 지키기"라고 강조했다.
만약 조기 대선 시나리오가 전개될 경우 윤 대통령 딜레마는 국민의힘에 어떤 형태로든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기 대선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결별하지 않을 경우 '계엄 동조 세력'이라는 야당의 공세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윤 대통령과 관계를 단절한다면 극렬 지지층의 반발과 당의 분열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일단 '통합과 쇄신'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대응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내에선 대선 시기가 빨라질 경우를 대비해 윤 대통령과의 관계 재정립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당이 윤 대통령과 결별을 주저하는 배경에는 주류인 영남권 의원들의 정서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원외 당협위원장은 “영남 의원들이 4년 뒤 치를 총선을 내다보고 일부 지지층 여론만을 의식한다면 조기 대선은 승산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