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불황형 대출'로 꼽히는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원금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급전이 필요해 계약을 중도에 깨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의 지난해 10월 기준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328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계약대출은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은행 대출이 어렵거나 급전이 필요한 보험 계약자가 주로 이용한다.
보험계약대출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말 68조4555억원에서 2023년 말 71조5041억원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2분기까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으나 3분기를 넘어가며 1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2023년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대출이 보험을 포함한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을 아예 해지하거나 유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도 증가세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작년 1~10월 지급한 보험 효력상실 환급금은 총 1조3987억원으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1조3408억원)보다 늘어난 규모다.
효력 상실 환급금은 가입자가 일정 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해지됐을 때 보험사로부터 돌려받는 돈이다.
가입자가 보험 계약 해지를 요청해서 돌려받는 해약 환급 금액은 43조4595억원이었다. 전년 동기(45조587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다. 같은 기간 해약 건수는 395만9018건에서 418만8506건으로 5.8% 많아졌다.
김 의원은 “국민들이 급전 마련을 위해 보험을 해약하거나 보험계약대출을 받는 현실은 가계 경제의 심각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은 가계 부채 관리와 복지 정책 강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