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과 정제마진 감소로 지난해 3분기 고전했던 국내 정유사들이 4분기에는 선방했다는 기대감이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손실도 불어났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6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과 11월에 걸쳐 정제마진이 반등했다. 이는 △미국 걸프연안에 위치한 정제설비 설비 가동 차질 △유럽 난방 수요 증가 △일본·한국의 항공유 수요 강세 등으로 등유와 경유를 비롯한 제품의 스프레드가 반등한 영향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운송비·운영비를 비롯한 요소를 제외한 값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BEP)은 5달러 수준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5737억원의 적자를 냈던 에쓰오일 정유부문이 흑자전환한 것으로 예상했다. 정제마진 뿐 아니라 재고평가손익도 개선된 덕분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서도 에쓰오일의 4분기 총 영업이익이 1843억원으로 3분기(-414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는 예측이 나온다. 전체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정유부문의 실적 개선이 전체 지표 반등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도 -4841억원에서 291억원으로 회복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양사는 제품 수요 회복 및 공급 감소 효과를 들어 정제마진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재고평가손익이 좋아진 점도 이같은 목소리에 힘을 싣는 요소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재고평가손실을 입는다. 원가를 인식한 시점 보다 이를 정제해 만든 제품을 판매한 시점에서 발생한 마진이 축소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초 배럴당 70달러대 중후반이었던 국제유가가 7월초 80달러대 중반으로 상승했다가 9월 중순 7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3분기 실적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이후 70달러선을 회복했고, 4분기에는 변동폭이 적게 형성되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소폭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대규모 환차손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는 통상 원달러 환율 10원 상승시 연간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사들이 지난해 1~11월 4억5000만배럴에 달하는 물량을 수출하는 등 원유 도입액의 절반 이상을 회수하고 있으나, 전량 수입의 벽이 높은 탓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30일 1320.0원에서 12월31일 1477.0원으로 치솟았다. 황 애널리스트는 에쓰오일이 5500억원 규모의 영업외 환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정기보수 등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의 가동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점도 지적된다. 대한석유협회는 지난해 1~11월 월별 평균 가동률이 79.5%였다고 설명했다. 12월 83.5%를 상회하지 못한 경우 최근 몇년간 이어진 80% 돌파가 또다시 좌절된다.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83.5% 이상이었던 횟수는 4번에 머문다.
업계 관계자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완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화석연료 정책 등으로 글로벌 생산량이 불어나면서 국제유가가 지난해 보다 하락할 수 있다"면서도 “중국·유럽·북미 정제시설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지난해 일일 100만배럴이었던 글로벌 신증설 물량이 16만배럴 수준으로 급락하는 만큼 수요 개선이 이뤄지면 업황 회복도 노려볼 수 있다"고 말했다.